안개는 강에서 피어올라 다리 전체를 삼키고 있었다.
빛을 삼킨 가로등은 제 역할을 잊은 듯 희미하게 깜박였고, 나는 그 흐릿한 불빛 속에서 발밑의 물결을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강의 고요함은 존재하지 않았고, 오래전 흘려보낸 기억들이 잔물결에 부서지고 있었다.
웃음이 물결에 섞여 흔들리고, 지워진 말들이 물 위에서 되뇌이며 반짝였다.
저 강 어딘가에서 밀려온 기억들은 내게 여러 감정을 들게 했다가 이내 그리움만을 남겼다.
나는 다리 위에 서 있었지만, 동시에 물 위를 걷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이 순간, 기억은 강 아래로 가라앉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이야말로 꿈의 표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ne0n. :꿈과 기억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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