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다른 방법이 없어.
지구로 돌아가자.
그 말에 개 모형 로봇은 자기가 진짜 개라도 된 듯이 꼬리를 살랑거렸다. 개는 귀소 본능이 뛰어나다고 했다. 집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도 이동한다고 하는데 그 본능은 거리가 수 광년이 되어도 통하는 건지. 몇십 년간 활공한 우주는 생각보다 별거 없었고, 인류의 희망이라 지껄였던 우주선은 얻은 것 하나 없이 솜털만 한 연료 남기고 다시, 지구로 운전대를 돌렸다.
창백한 푸른 별, 지구는 그런 이명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이젠 무엇이 화성인지 무엇이 지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샛노랗게 변해버렸지만. 불과 백 년 전에 찍혔던 지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인류의 종착지가 바로 이 멸망한 별이라는, 말도 안 되는 문장을 믿게 만들곤 했다.
사망 확률
100%
잔류 연료
0.2%
레이는 개처럼 생겼으면서 하는 말은 사람이랑 다를 게 없었다. 잔류 연료는 지구로 돌아가면 그마저도 바닥날 것이고 사망 확률은······ 그래, 지구가 이미 망해버린 건 다 알고 있다.
사망 확률
100%
레이가 재차 강조했다.
- 나도 알아.
그러니까 그만 말해, 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레이는 깨갱 하고 꼬리를 말았다. 그 동그란 모습이 마치 축구공처럼 작았다. 그랬다. 강아지는 작고 우주는 넓었다. 인류가 평생 뻗어나간 우주는 몇십 광년이 고작. 있을 거라던 외계인은 없었고 강아지만 한 소행성만 몇천 개를 봤다.
왈왈.
레이가 이번엔 진짜 개 짖는 소리를 냈다.
어떤 때는 사람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들이 있었다.
난 숨을 멈춘 채 다 말라빠진 별을 바라봤다. 내 무릎엔 레이가 앉아 있었다. 레이는 눈이 빠질 것처럼 지구를 쳐다봤다.
레이의 눈이 반짝반짝. 그 눈은 이미 죽은 별을 향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희망차다. 어쩌면 레이는 가망조차 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것을 봤을지도 모른다. 개는 인간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 스펙트럼까지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아, 잊고 있었다. 레이는 진짜 개가 아니었지.
하지만······
로봇 레이가 관절을 끼긱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 눈과 내 눈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저 반짝거리는 눈을 보면 이상하게도.
새로운 희망이란 걸 믿을 수 있게 된다고.
운이 좋다면 우린 살아남을지도 몰라, 레이.
사망 확률
99%
98%
97%
······
레이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중얼거렸고, 나는.
- 지구로 가자.
라고 말했다.
우주선이 최대 속도로 가속하고.
지구가 코앞까지 다가온다.
언뜻 푸른 빛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다 망해버린 회잿빛 디스토피아,
어쩌면 유토피아이기도 한.
지구를 향해,
뛰어내린다.
W. Seria
주제; 유스토피아
https://curious.quizby.me/Seri…-
유스토피아 2차 면접 제출글이었는데
뒤에서 2등을 해버렷습니다...ㅎㅎㅎㅎ
쓰다보니 천오백자가 나와서 글자수 맞추려고 생략 또 생략하다 보니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다음번엔 더 노력해서 2기에서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