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가루 너머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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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14:31조회 58댓글 3미키
자취생 ‘민수’의 아침은 언제나 똑같았다.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우유를 그릇에 붓고, 그 위에 알록달록한 링 모양 세리얼을 쏟아붓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조금 달랐다.
평소처럼 세리얼 상자를 흔들던 민수의 눈에 낯선 형태가 포착되었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동그란 귀 두 개가 쫑긋 솟은 모양.
“어? 미키잖아?”
한정판 굿즈인지, 단순한 제조 공정의 우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우유 위를 둥둥 떠다니는 작은 미키마우스 모양 세리얼 조각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민수가 숟가락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 미키 조각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잠깐! 날 먹으면 이 평범한 자취방의 마법이 풀려버릴걸?”
민수는 숟가락을 멈췄다. 헛것을 듣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미키는 우유 거품을 털어내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설탕 코팅 파라다이스’에서 온 특사야. 매일같이 똑같은 아침을 먹는 너를 구하러 왔지. 이 우유 그릇 안을 봐, 그냥 하얀 액체가 아니라고.”
민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릇 속을 살피자, 세리얼 조각들이 거대한 대륙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미키가 가리키는 쪽에는 초코맛 숲과 마시멜로 빙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미키는 민수의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속삭였다.
“지루한 일상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축제가 되지. 오늘 아침은 세리얼 한 그릇이 아니라, 모험 한 조각을 먹는다고 생각해봐.”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민수의 눈앞엔 평범한 세리얼 그릇만 놓여 있었다. 미키 조각은 간데없었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민수는 창문을 열었다. 어제와 똑같은 골목길이었지만, 왠지 오늘은 저 길 끝에 디즈니랜드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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