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의 흰 원피스가 파랑 하늘과 나부낀다. 소년은 영원이 궁금해진다. 탄산이 올라오는 소다의 향이 흔들리는 더운 여름.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래. 여름이다. 소년은 여름을 아낀다.
- 영원은 증명할 수 없는데 어떻게 영원이라 말할 수 있을까?
소년은 허무맹랑한 몽상을 한다. 일정하게 책상을 두드리는 소년의 손끝이 뜨겁다. 턱을 괴고 유리창을 쳐다보는 여자애의 눈이 퍼렇다. 여자애는 소년의 뺨에서 별이 찬란히 비치는 착각을 한다.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그래.
소년이 고개를 돌려 여자애와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 침을 삼키며 목울대가 꿈틀거린다. 소년의 입속에서 청량한 소다 향이 타액과 함께 삼켜진다. 여자애에게서도 같은 향이 난다. 소다···. 한정된 여름에는 짙은 소다 향이 난다.
소년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여름바람에 날린다. 여자애는 매 여름 더위 먹기가 특기다. 이마에 여자애의 머리카락 가닥가닥이 땀에 붙는다. 벌어진 입 사이로 더운 숨이 드나든다. 소년은 그런 여자애를 보다 호탕하게 웃기를 반복하고 매번 하이얀 주먹에 미움을 사기 일쑤다. 소년의 눈매가 보기 좋게 접히고 검은 눈동자가 일그러지며 붉은 입매가 호선을 그린다. 여자애는 무덥고 어지러운 여름 속에서도 소년의 모습을 곧게 또 오래도록, 하지만 희미하게 회억한다.
머리통이 뜨거워지는 태양이 얄밉다. 축 처진 여자애의 어깨는 작고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여름 열기가 유월 말임에도 한여름처럼 끈적인다. 아스팔트 위로 혹은 수평선 너머로 아지랑이가 핀다. 무한히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해파리의 촉수와 닮았네요!
바닷물이 끓으려면 얼마나 무더운 태양이 있어야 할까― 소년은 펜을 돌리다 놓쳐버리곤 한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구어진 펜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까무룩 공상을 꾼다. 소년의 목구멍까지 시퍼렇고 뜨거운 무언가로 넘쳐날까···. 그러나 소년의 입에서는 종종 별이 쏟아진다. 여자애는 소년의 별을 보며 사랑을 어림잡아 본다.
소년의 손이 허공에 멈춘다. 퍼런 하늘이 피부 위로 비치고 순간 온 우주가 퍼레지는 미망이 든다. 눈꺼풀이 동공을 한 번 덮으면 눈앞은 다시 교실 고요한 여름을 비춘다. 피부가 익어버릴 듯한 태양 열기에도 선풍기 한 대가 나지막이 돌아가고 갈증은 해결되지 않을 듯하다. 시끄러운 적막의 틈을 소년의 웃음이 비집고 들어간다. 역시 여자애는 방금 한 번 더 소년은 미쳤다고 단언한다.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여자애는 언제나 부정하고 있지만 부정을 부정당하는 것은 곧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별이 소멸하는 순간부터.
끝없이 소멸하는 별이 눈앞을 메우더라
빠르게 이어지는 여름 장면의 전환
어지러워 정신을 잃어버려서
시간이라는 것은 휩쓸리게 하는 것을 잘하고 여자애는 휩쓸리지 않으려 태평양 한가운데서 표류한다. 중심을 잡을 수 없는 물결과 비틀대는 여름의 미학은 모든 것을 어지럽히고 초라한 소년을 비웃는다. 여름은 여자애가 두렵다. 소년을 미워한다. 소년은 지구별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담기 마련이라 그런 여름마저도 기꺼이 사랑한다. 소년은 바보 같다. 멍청하게 퍼런 하늘에 또 퍼런 별이 떠 있다.
여자애는 소년의 잔향 따라 시퍼런 별을 물색하지만 진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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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손에는 대개 카메라가 들려있다. 셔터가 느리고 자주 눌린다. 찰나를 붙잡는 게 습관인 소년은 정을 쉽게 붙인다. 사계가 담긴 필름을 인화하지 않는다.
- 찍은 건 안 보여줘?
- 응.
- 날 찍은 거 아니었어?
- 나중에 보여줄게. 나중에.
소년의 뮤즈는 여자애와
여름과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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