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투명한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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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1 21:38조회 153댓글 15익애
심장이 너무 아파서, 너무 많이 울어서 퉁퉁 부어 터져버릴 것 같았다고 한다. 세상의 칼날 같은 말들과 차가운 시선들, 찢어질 듯한 이별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속에서 현대인은 더 이상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기어이 그 울었던 심장을 꺼내버렸다. 한때 뜨겁게 뛰어 감정의 격랑을 만들던 그것을 차가운 바닥에 내려놓고 돌아섰다.

이제 현대인은 도시라는 거대한 수조 속을 부유하는 해파리떼가 되었다. 위와 내장 기관도 없는 투명한 몸처럼, 끓어오르는 욕망도 누군가를 향한 끈적한 집착도 없이 가볍게 떠다닌다.

누가 어디로 가든, 뭘 하든, 어떤 상처를 입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에게도 심장이 없으니, 타인의 아픔을 느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서로에게 아무런 감흥 없이 스치고 지나간다. 부딪혀도 통증 없고, 웃어도 진심 없는. 그저 거대한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목적 없이 떠다닐 뿐이다.

경쟁도 없다, 사랑도 없다. 그저 존재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온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기도 하다. 더 이상 아플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투명한 몸 안 어딘가가 시릴 때도 있다. 그게 예전에 심장이 있던 자리의 환영인 건지, 아니면 아예 감정을 잃어버린 존재가 된 쓸쓸함인지는 아무도 모른 채.

그렇게 현대인은 오늘도 부유한다.

끝없는 수조 속에서, 끝없이 투명한 채로.




✒ || 익애 || 만약 현대인이 해파리였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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