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온도가 푸른 꽃을 덮는다.
푸른 꽃을 먹으면 혀가 붉어진다. 혀의 붉음에 기분이 나빠져 입술 위에 푸른 리트머스 종이를 붙인다. 혀는 원래 붉지 않냐고? 아니다. 푸른 꽃을 먹은 혀는 단순 붉어지는 게 아닌 하나의 핏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단단한 근육이 서서히 물컹하고 질퍽한 핏덩어리가 된다.
내 혀가 붉어질 때, 내 눈알에서는 시신에서 맡아지는 은은한 꽃 향기가 난다. 우리 읍내의 특징이기도 한 전사자의 시신에 하얀 코스모스를 넣어 두는 일은, 곧 그들이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 라는 지극히 평화주의적인 뜻이었다. 하지만, 국가에서는 그런 행위를 일말 허락하지 않고 그들의 관 옆에 총기를 둘 뿐이었다. 죽어서도, 완벽한 살해라는 의미의 땅에 묻히는 행위에 당해서도, 세균과 곰팡이 같은 분해자들에게 서서히 먹혀가고 잠식 당하고 분해 되고 썩혀도, 적이 오면 총을 쏘라는 뜻이었다. 대게 그들이 쏘던 총보다는 훨씬 낡은 옛날 총을 쥐어 준다. 그들은 더 이상 최전선에서 싸울 수 없으니까. 최전선의 애국과 고결은 혈관 따라 밖으로 터져 나왔으니까. 동맥을 터뜨리는 그 날의 향기가, 검은 정장의 오만을 보였으니까.
먹어줘, 시신 더미. 소복히 쌓인 시신 더미. 흰 내복을 겨우 입고 막 나온 사람들의 얼굴과 가슴에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당겨, 눈 감지 마, 그들이 죽은 걸 확인해, 그들의 고통은 곧 너의 미덕이야. 붉은 살점은 꽃보다 사랑스러워. 양의 살갗을 개에게 건내 주어. 선생이 쓰던 안경의 알을 깨뜨리고 부수고 산산조각 내고 먹어. 섭취의 꽃말을 외워야지. 네 야망이 구원해 줄 세상이.
모두가 죽은 황야에서는 흰 죽음을 마신다. 황야의 메마름과 건조함은 무색 드레스 입은 아리따운 소녀의 흰 춤. 칼춤을 춘다. 없는 칼을 들고, 본능과 야망을 마시고, 춤을 춘다. 춤을 추는 메마름은 미덕보다 애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