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6 20:34•조회 68•댓글 3•청소다
( 가상 )
아아, 내가 또 실수했나 봐. 그들이 붉은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네. 나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그리고 죄책감을 품은 듯, 또 최대한 겸손해 보이게 대우를 해.
하지만 이것 역시 부족했나 봐. 어느새 그들의 붉은 시선이 공허한 무대를 다 비추고 있어. 나 때문에 다른 이들도 붉은 시선을 받고 있네···?
붉은 시선과 맞닿은 이들은 무대에서 내려가. 내 소중한 이들도, 한 번쯤 말 걸어보고 싶었던 이들도, 존재감조차 없었던 이들도 말이야.
그걸 지켜보고 있으니 눈에 눈물이 차올랐어. 붉은 시선을 받지 않았지만, 소중한 이들이 무대에서 물러나자 같이 무대에서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더라.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아직 무대에 남은 소중한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주고 싶었기에, 또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빛나고 싶었기에 그럴 수 없었어. 우리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붉은 시선들도 있지만, 서로를 지켜주는 따뜻한 손길도 남아있었으니까.
그런데, 내 소중한 이들도 한 명씩 서서히 내려가더라. 고통스러웠어. 유일한 버팀목이 다 가라앉고 붉은 시선만 남았네···? 두려워, 저들이 나에게 어떤 고통을 쥐어줄지, 또 나는 그 고통에 어떻게 가라앉을지.
이제 이 무대에서 빛나는 건 포기해야겠어, 허무한 꿈만 쫒다가 그들에게서 날아온 활에 피를 흘리며 죽을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