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따라 읽기 거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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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생명체가 자살했습니다. 여하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겠습니다.
외로움이 저주와 같아서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잠으로의 도피에서 입술의 잔여물이 확인되었다. 그 존재는 대개 의심 받기 마련이었다. 폭우가 쏟아져 표면이 넘실거리면 닷새에는 너머로 밤을 엿보았다. 물가에 눈을 내민 검은 그것은 미확인생명체이다.
존재는 자신을 분해하여 새롭게 태어났다. 귀를 자르고 양손과 양발을 잘라내어 존재가 육신을 포기하려 하자, 검은 피부가 빠른 속도로 터져 나왔다. 재생된 신체는 미끈미끈하다. 잘려 나간 몸으로부터 새로운 자신이 꿈틀거리며 물가 바닥을 기었다. 존재 최초의 자살 시도는 그렇게 실패했다.
존재는 언제나 물속에 잠겨 있다. 애정 어린 말들이 수면 위로 드나들고 흰 발들이 물장구치는 것을 바라본다. 존재는 태생부터 외로웠기 때문에 외로움을 외로움처럼 느끼지 못했다.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바닥에 검은 그림자같이 잘려 나간 제 몸들과 함께 깔려 하염없이 위를 바라보는 수밖에.
존재가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어리석은 여자가 있었다. 죽으려 했다. 여자는 잔디 위에 검은 구두를 벗어두고 물가로 뛰어들었다. 처음에 존재는 비가 내리는 줄 알았다. 익사하려는 여자는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계속해서 가라앉던 참이었다. 여자의 발목을 붙잡았다.
죽을 거예요?
존재의 검은 눈동자가 익사하는 여자의 입에 달라붙었다. 여자가 웃었다.
죽여주세요
존재는 여자의 머리통을 자신의 품으로 감싸안아 물가의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여자의 얕은 살점들에 존재의 검은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존재는 그 생애 처음 가져보는 것들에 강한 희열을 느꼈다.
죽음을 필요로 하는 것
만질 수 있는 육신
자신과는 또 다른 혼자인 존재
말을 걸어주는 것
자신의 목소리
그 순간 존재는 자신의 본질을 잊었다. 입안 가득 물이 들어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버둥거리는 여자를 내려다봤다.
여린살갗이찢어질거같아죽어버려약해빠진인간이구나아무데도도망갈수없게만들고싶다죽어죽지마죽지마옆에있어줘가지마왜나를무서워하지않는거야죽고싶어하지마내가잘못했어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외로워미안해미안해미안해죽지않을거지?
여자가 존재의 품에서 익사했다.
존재는 이제까지 살인을 저지른 적 없었다. 비록 긴 악몽을 꾸게 하여 자살 충동을 일으킨 것은 맞으나 그들은 모두 존재의 손이 닿기 직전 다시금 수면 위로 도망쳤다. 존재의 살인은 다정했지만 아무도 볼 수 없었고 다정한 살인이라는 모순을 받아들여 줄 사람 또한 없었다. 존재는 물가의 밑바닥에서 여자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눈, 코, 입, 귀, 이어지는 몸통과, 팔, 손, 다리. 마침내 존재는 확신했다.
존재는 여자가 베푼 친절을 사랑이라 굳게 믿으며 보잘것없는 숨을 연명했다. 마침내 외로움이 무언지 깨우쳤다. 불어가는 여자의 손을 어루만지며 존재는 멍청하게도 그녀의 눈이 떠지길 기도했다.
병신아 걔는 네가 죽였다고
죽지않았어죽지않았어죽지않았어공기가있는곳으로가면금방다시숨을쉴거야눈을뜰거고맞지그렇지왜냐하면물속에서는숨을쉴수없거든그러면하찮은인간따위들은금방죽어버―
응?
내가 죽였어?
수백의 존재가 여자에게 달라붙었다. 진짜 존재의 품에 안긴 여자는 잠을 자는 듯 고왔다. 존재는 자신들이 역겨워 견딜 수 없었다. 번들거리는 검은 피부 표피는 어떻고, 탐욕스러운 몸짓들을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존재는 추악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했다.
존재는 죽은 여자의 입술에 입 맞추곤 그를 잡는 자신들을 뿌리치고 수면 위로 도망쳤다. 죽고 싶다. 더러워. 역겨워. 추잡해. 망할 것들. 죽어버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미안해. 악몽을 꾸게 해서. 외롭게 만들어서. 키스해서. 아아 비열해. 인간, 물속에서 죽는 줄이야. 미안해. 죽여버려서. 거절하지 못해서.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그랬어. 미워하지 말아 줘. 웃어줘서 고마워. 잠에서든 죽어서든 만나러 갈게. 사랑한다고 하고 싶어. 외로워.
존재는 피부가 쓰라릴 때까지 헤엄쳤다. 검푸른 빛이 비치는 물이 찰랑였다.
존재의 뺨이 공기와 닿았다. 검은 밤이 물가를 집어삼켰고 우는 달이 희게 스러졌다. 초록 잔디 위에 놓인 검은 구두가 물가에 얼굴을 내민 존재의 눈에 들어왔다. 검은 구두를 움켜쥐었다. 거친 잔디, 매끄러운 구두의 표면. 살갗이 말라비틀어지기에는 충분히 건조한 지상. 존재의 피부가 갈라져 떨어져 나갔다. 물가의 존재는 자살했다. 그의 고향으로부터 십 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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