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7 13:02•조회 30•댓글 0•8710
그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 교실은 평범했고, 친구들은 평소처럼 떠들었고, 선생님은 평소처럼 지각했다. 모든 게 평소 같았는데… 단 하나, 나만 없었다.
책상은 그대로였고, 가방도 있었고, 필통도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분명히 있었는데,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았다.
처음엔 장난 같았다. 친구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들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선생님 앞에 서 있었지만, 그는 나를 지나쳐 갔다. 나는 투명해진 게 아니라, 기억에서 지워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운동장에 앉아 있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그때, 한 아이가 내 옆에 앉았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너도 사라졌구나.”
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긴 그런 사람들이 오는 곳이야. 이유는 없어. 그냥.”
나는 묻지 않았다. 그냥, 그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라진 게 편안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