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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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18:09조회 52댓글 2한결
그니깐요 제가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저 멀리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한낱 하찮은 플랑크톤이나 하늘에 무의식으로 떠다니는 구름의 한 파편들은, 적어도 한 거대함을 이루는 데 유의한 짧은 조각이 되잖아요. 근데 전 진짜 무언가를 이루지도, 무언가에 속하지도 못하는데요. 그냥 모난 돌이며 잘못 색칠된 페인트인데요.

또요, 나 겁쟁이예요. 여름이 두려워 청춘을 즐기지 못해요. 상처가 무서워 사랑을 쟁취하지 못해요. 나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모든게 다 두렵고 밝음도 어두움으로 바꿔버리는데요. 백지를 우울감으로 스며들게 만들어요. 검정을 닦아주진 못할 망정.

그런데요, 이런 나도 사랑이 고팠다요? 이상하죠.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해요. 사랑 받지 못해 사랑 하는 방법을 몰랐다는건 흔해 빠진 핑계죠. 바다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떤것도 바라지 않지만 자잘한 물고기들까지 모두 품어주는걸요. 바다는 멀다는걸 아니깐, 흘러간는 물이면 괜찮았어요. 그냥 나 흘러가고 싶어요. 그런데 두려워서 그러지 못해요. 어리석은 모순이죠?

진짜로 정말로 이런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어요? 당신은 바다가 아니잖아요. 바다가 아닌데도 나 사랑해줄 수 있어요? 사랑까진 바라지 않을게요. 미워하지 않을 수는 있어요? 미안해요. 사람 잘 못 믿어서요. 저 진짜 바닥에 붙은 먼지만도 못하는 사람일텐데, 사랑 받지 못할 존재라는데요, 그쵸? 이런 나는 조금 힘들겠죠?
청춘이나 낭만 같은 딱 보기에 아름다운 말이나 겉으로만 꾸민 가식 섞인 사랑해 같은 말 말고 진심으로 묻는거예요. 사람 대 사람으로.

아, 사랑해준다고 하지 않으셨죠. 이 바다라는 존재에 흐름이 잔잔해지고 물살이 공평하게 기울면 다시 봐도 괜찮을까요, 우리? 아직 확신의 대답을 받진 못했으니 심연속에서 잔잔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태양까진 못해도 그에 비친 윤슬에 한 움큼 정도는 제게 사랑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못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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