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0 13:10•조회 33•댓글 2•depr3ssed
아직 할로윈도 오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이번 년도의 첫눈이, 크리스마스가 심장을 가득 꿰뚫는다
겨울이라고 듣는 것만으로 첫눈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크리스마스 저릴 정도로 춥지만 따뜻했던 그 날이
하늘의 뭉게구름 피어나듯 머릿속에서 끊이질 않고 재생된다
이번에는 함께할 수 없을 거란 그 사실 하나로
겨울의 서리가 전부 날 향해 살을 에는 듯한데
그때 손을 잡아 전해진 따뜻했던 기억으로
겨울의 추위를 견디기에는 역부족할걸 알면서도
그저 그대로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겨울날 너의 잔해 위 묘목을 심으며
웃으며 새로운 나날로 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꼴사납게도 마음속부터 울음이 터져버려
죄없는 너의 잔영을 마구 끌어안아
네 옷에 눈물자국을 남기고야 만다
떨리는 손으로 널 감싸고 한자 한자
널 향한 저주를 내뱉는 그때마다
하얗고도 매몰찬 입김이 불어와
마지막 남은 너의 전해조차 겨울바람에 날려버린다
결국 지쳐 눈을 감으면 너와 함께하고 있는
허황된 꿈만이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좋다고
그래도 좋다고 너와 있을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얀 눈 쏟아지는 겨울날 그런 작고도 소중한
그러나 이루어질 일 따위 없는 쓸데없는 소원을
이미 흩어진 네 벚꽃 앞에서 조용히 하지만 간절하게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