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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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5 15:37•조회 38•댓글 1•낙원
prologue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석화병은 지구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원시의 유물이 오랜 침묵을 깨고 ㅡ 아니,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유물은 스스로 깨어난 적이 없으니까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태고의 지층 아래 묻혀 있던 거대한 석판이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대기 중에 노출되어, 그 상처 난 표면으로 기이한 진동을 뿜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지만, 그 진동은 공기를 타고 퍼져나가며 생명체가 가진 온기와 혈류를 점진적으로 굳혀버리고 있는 듯합니다.

J는 운 나쁘게도, 이 석판의 진동에 노출되어 온몸이 돌처럼 굳어가는 석화병에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루가 지날수록 피부는 감각을 잃은 채 서늘한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고, 손끝과 발끝은 이미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병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유물에 감염되어 차갑게 식어간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온몸이 완전히 돌로 바뀌는 날 굳어버린 심장에 균열이 가며 산산이 부서져 석회 가루가 될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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