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팔아요 || Episod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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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9 14:09조회 29댓글 6조유담
창밖에 눈발이 흩날리던 오후, 문이 열렸다.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손에는 아무 짐이 없었지만, 그의 발밑 그림자는 유난히 짙고 무거워 보였다.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이 그림자… 잠시 내려놓고 싶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는 주인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이 남자의 그림자는 고통과 죄책감으로 돌덩이처럼 부풀어 있었다.

나는 서랍에서 낡은 상자를 꺼냈다.
“대신 가벼운 그림자를 하루 동안 드리죠. 내일, 원래 그림자를 다시 데려가셔야 합니다.”
그림자가 바뀌자, 남자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날 그는 오랜만에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고, 눈 오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거리의 불빛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지만, 그 그림자는 한없이 가벼워서, 바람에 흔들릴 정도였다.

다음 날, 그는 돌아와 원래의 그림자를 마주했다.
그림자는 여전히 무겁고 차가웠지만, 그 끝자락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져 있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다시 발밑에 붙였다.
그가 나가자, 가벼운 그림자는 상점 한 구석에서 구르듯 사라졌다.
남겨진 공기 속에, 그가 말한 한마디만 오래 맴돌았다.

“이 정도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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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자는 스스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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