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족관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금붕어 한 마리 때문이었다. 그 수족관은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홀로 남은 평이한 물의 파동이 그 칠월 나를 감쌌다.
모두가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어딘가 다 어긋난 느낌으로 파란 물에 익사해 버리고 싶은 그런 날. 나 역시 그런 날이 있었을 뿐이었다. 뭐든지 좋았다. 그냥 파란 무언가를 보고 싶었다. 종일 그 생각을 했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맞고 있었다. 수업 시간이 파랬다. 귀에는 속닥이는 연필 소리가 가득했지만 내 눈동자는 유리창 너머의 하늘에 고정돼 있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찰나에는 물에 빠져버린 듯한 울렁이는 소음이 들려왔다. 우리 분교의 옆에는 작은 바다가 있었다. 울렁이는 파랑에 빠져보고 싶었다. 손으로 하늘을 헤집어 망가트리고 그 위로 몸을 누이고 싶었다. 반짝이는 윤슬을 잡아다 내 눈에 가득 담고 싶었다. 나는 파란 물을 상상했다. 그게 바다이든 오래된 수영장의 물이든 설령 수족관 안 금붕어가 헤엄치던 물이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익사한다. 내가 정한 내 죽음의 방식은 익사다.
턱을 괴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눈꺼풀이 동공을 덮는 일을 수백 번 반복했다. 그 무렵 분필 소리는 물의 파동 소리와 맞먹을 정도로 크게 들렸다. 아무것도 적지 않은 유선 노트는 고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물고기가 된 나를 떠올렸다. 다홍빛 비늘과 흔들리는 얇은 꼬리. 그 형상을 틀림없이 금붕어였다. 나는 바다에 빠져 죽진 않겠구나. 금붕어는 바다에 살지 않는다. 그러니까 바다에서 익사할 확률은 제로다. 익사하지 않으니까 바다를 그리 좋아하지는 말자. 내가 마땅히 익사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여느 날과 같이 하루의 절반이 지나갔다. 오전 동안 열을 머금고 있던 아스팔트는 공기 중으로 열을 방출했다. 달라붙는 열. 학생이 그리 많지 않은 분교였지만 웃음 소음은 셀 수 없이 들려왔다. 귀를 틀어막아 본대도 딱히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런 순간이 반복될 때면 나는 마냥 아스팔트 위를 전력으로 달렸다. 그게 최선이었다. 또, 따가운 열감이 올라오는 아스팔트는 도망치기에 최적이었다. 발바닥을 태워 먹긴 싫었다. 나는 부는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며 교복이 펄럭였다. 그렇게 이어지는 언덕을 한참 동안 쭉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우리 마을의 꼭대기 언저리에 서 있었다. 우리 마을의 여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따지고 보면 일종의 도피였다. 나는 여름바람에 취해 가드레일에 옅게 기대었다. 철렁이는 바다. 가뜩이나 찬 숨을 뱉었다. 뛰는 건 심장 박동이 잘 느껴져서 싫다. 살아있다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무척이나 싫다. 펄떡이는 숨을 다 게워내버릴 것 같다.
문득 고개를 꺾어 하늘을 눈에 담았다. 아까까지 분명 파랗게 울렁이던 하늘은 왜인지 잿빛 먹구름에 잠식되었다. 무심코 곧 소나기가 쏟아지리라 예측할 수 있었다. 땀에 눌어붙어 조금은 축축해진 하복. 이대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 분명 쉰내가 날 거다. 칠월은 미친 듯이 습했다. 살갗에 달라붙는 더운 공기는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들기에 제격이었다. 나는 노트를 욱여넣어 무게감이 생긴 가방으로 우산을 대체하는 건 꽤 무리라 생각했다. 여기서 집 앞 버스 정류장까지는 대략 걸어서 삼십이 분 칠 초 정도가 걸린다. 그때까지 소나기가 내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이맘때 내 최선의 선택은 적당히 비를 피할 곳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언덕 부근 넓은 공터는 물속만큼 조용했다.
무언가가 지지리도 없는 마을이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능소화와 불쾌감이 마을에 끈덕지게 남아있었다.
예상대로 공터는 잔디뿐이었다. 찝찝한 풀 냄새만이 풍겨왔다. 시선 반대편에는 기이할 만큼 정갈한 흰 콘크리트 건물이 있었다. 주변의 풍경과는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콘크리트 덩어리는 불쾌감을 더욱 조성할 뿐이었다. 내가 이쯤에서 품었던 것은 이 마을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열여덟 동안 그 무엇 하나도 이상하다 알아채지 못했다. 원래 멀쩡한 게 없는 마을이긴 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물의 파동 소리. 어디선가 끊임없이 물의 파동 소리가 들려왔다.
이 언덕을 수백 번 오르내리면서 건물 하나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꽤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건물의 유리문 앞에 다다랐다. 파동 소리가 심장 박동만치 크게 들렸다. 수족관이었다. 거대하고 고요한 파동 소리의 근원지는 수족관이었다. 수족관이었구나. 우리 마을에는 거대한 수족관이 있었다.
무작정 들어간 수족관은 인근 주민의 발길이 끊겨 주위를 둘러봐도 나 혼자였다. 꽤 놀랐던 점은 그런 수족관의 규모가 크다는 거였다. 물론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어지간히도 돈이 남아돈 모양이다. 숨을 들이켜니 수족관의 어딘가 무거운 공기가 내 폐를 짓눌렀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바깥의 여름을 완전히 으깨버렸다.
수족관의 수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리 넓은 수족관에서 기이하게도 해양 생물이라곤 일절 보이지 않았다. 울렁이는 물이 머릿속과 시야를 헤집었다. 온통 파란 빛이 번지는 동안도 나는 다홍빛의 흔들리는 얇은 꼬리를 찾고 있었다. 투명하고, 울렁이고, 왜곡되는 수조. 수조를 통해 시선은 끝없이 이어졌다. 메인 수조는 어디 있을까. 역시 금붕어는 없나. 회색빛 콘크리트와 파란 물만이 찬 유리 수조. 그 두 개만이 이유나 목적도 생각하지 않고 무언갈 찾고 있던 내 시야에 번갈아 보였다. 메인 수조를 찾으며 내가 본 수조는 대략 사백 개가 훌쩍 넘는 듯했다. 이 수조는 다 어떤 걸 위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온통 파란 빛에서 한참을 헤매 수족관의 한가운데에 섰다.
파란 물에 다홍빛 오점이 있었다. 금붕어. 커다란 메인 수조에는 오직 금붕어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면난스러워지는 얼굴이 심장을 멋대로 짓눌러 숨쉬기 어려웠다. 나는 이 상황을 기괴하다 느끼기보단 마냥 금빛을 흘리며 헤엄치는 금붕어가 어여쁘다 생각했다.
수조 앞에 앉아 금붕어를 바라봤다. 평이한 물살에 느지막이 팔랑이는 지느러미. 엘이디 전등 빛에 비쳐 반짝이는 금빛 비늘은 울렁이는 물을 통해 내 동공에 꽂혔다. 뽀글뽀글팔랑팔랑울렁울렁흔들흔들. 눈을 깜빡이는 것도 숨을 들이켜는 것도 전부 잊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든 마냥 입 벌린 채 금붕어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침을 삼켜 목울대가 울렁였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무언갈 삼키는 행위뿐이었다.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많은 수조들은 다 이 금붕어 한 마리를 위해 만들어졌을까. 금붕어가 누리기엔 지나치게 금상첨화였다. 소용돌이치듯 빠져드는 감각. 눈앞이 파래지고 결국에 눈동자의 색마저 파래졌다. 파랑과 다홍 외의 빛이 잘 인식되지 않았다. 보글거리는 공기 방울은 수면 위에서 사라졌다.
- 여기서 일해볼래?
갑작스레 들려온 낯선 소음. 긴 머리의 젊은 남자였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원래 이곳이 제자리인 양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 뭘 하면 돼요?
금붕어를 종일 볼 수 있을까.
- 얘만 잘 관리해 줘. 꽤 아끼는 거거든.
아끼는 것. 그렇구나. 아끼는 것을 바라볼 때의 눈은 원래 저런가? 오직 그 대상을 위해 수조를 수백 개씩 만들고, 그중 가장 큰 수조에 아리땁게 전시하는 게 아낀다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 시간 될 때 종종 들려줘. 부탁할게.
특이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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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침의 교실에는 나 혼자였다. 파랑 하늘에 압도당한 교실은 태양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뜨겁고 습한 공기는 제대로 여름이었다. 여름 방학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평소와 같았다면 분명 따분한 여름을 보낼 터였다. 미적지근하게 식어버린 냉수. 플라스틱병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져 노트를 적셨다. 여전히 흔들리는 바닷바람이 분교의 창가를 두드렸다. 나는 최근부터 하교 후에 수족관으로 가기 시작했다. 여름에 매달리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늘도 수족관에 갔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열기가 따라붙었다. 높고 긴 아스팔트 언덕의 끝이 보일 기미조차 없었다. 몇 번을 올라가도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울렁이는 파랑 하늘 아래서 발버둥 치는 내 모습은 꽤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온도가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았다. 한바탕 뛰는 심장과 헐떡이는 숨은 곧 수족관의 입구까지 이어졌다. 수족관은 미세한 소음도 심장 박동같이 크게 울리는 곳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물의 파동인 양 울렁이는 소리는 내 심장 안쪽 깊은 어딘가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그게 나의 심장을 낚아챘다. 쓸데없이 뇌 속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잡생각을 뭉갰다. 울렁이는 파란 물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눈을 감는 순간마다 괜스레 파랑을 생각했다.
수족관의 일은 꽤 단순했다. 수조를 닦는 것뿐이었다. 금붕어는 그 어떤 먹이도 먹지 않았다. 또한 수조의 울렁이는 물은 항상 맑았다. 수조 내부에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어쩌면 물 흐르듯 어제와 같았다. 코에서 파랑 냄새가 진동했다. 어지럽고 흔들리는 그런. 비가 오기 직전 오래된 물 냄새였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다. 유리창에 가로막힌 내 손은 금붕어에게 닿으려야 닿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조를 더욱 오래 닦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전부 투명해지겠지. 수조 위 먼지가 닦여나가는 순간마저 기억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간 후도 계속해서 물의 파동 소리가 들렸다. 수족관에 머무르던 순간을 곱씹었다. 어딘가 고요하고 일렁였다. 꼭 아주 깊은 심해 같았다. 아무것도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물만이 일렁이는 심해 같았다. 발버둥 치면 더 깊은 곳으로 물의 파동이 날 끌고 가겠지. 심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괴이한 이야기였다. 저 투명하고 어두운 밑은 한 번 빠져버리면 헤엄쳐 나오지 못할 것이다. 손이 닿지 않는 바다 심해 어딘가에는 투명한 젤리 같은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바다에 살지 못하는 생명을 안타깝다 여길 뿐이었다. 나 또한 저 생물과 같겠지만. 다음 생에는 금붕어가 아닌 해파리 같은 생물로 태어나 미처 보지 못한 구십오 퍼센트의 바다를 유영하리. 해양 생물이 바다에서 익사하는 순간을 꼭 보고 싶다.
해가 뜬 시점부터 나는 수족관에 가기만을 기다렸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순간부터 파랑 하늘의 울렁임을 기다렸다. 태양이 열을 내뿜어 뒤통수가 뜨거워지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창가 자리에 앉아 울렁이는 파랑 하늘을 쳐다봤다. 늘 그랬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마을은 파랑에 폐쇄되어 갔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파랑을 알아채지 못하는데. 조금은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 위화감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느릿하게 존재했다. 아무도 수족관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다.
손에 쥐었던 연필 한 자루를 미끄러트렸다.
칠월 우리 분교를 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그럼 드디어 나는 수족관에 더욱 붙어있겠지. 이제 종일 금붕어만을 보고 싶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울렁이는 물과 함께. 오늘은 어딘가 느낌이 좋았다. 따갑게 달라붙는 열도 수족관에 들어가면 전부 식어버리니까. 멍들어가는 여름을 수족관에 들어가면 전부 잊을 테니까. 끊임없이 금붕어를 보고 싶었다. 아주 오래.
숨을 들이켰다. 수조 앞에 앉아 역시나 금붕어를 보고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타이밍에 다리가 저렸다. 또 언제나 같은 각도로 흔들리는 꼬리. 수조에 비치는 나. 빛나던 다홍빛 비늘. 이 모든 게 울렁임에 겹치면 내 피부 위에 금붕어의 비늘이 씌워진 것처럼. 찰나가 겹쳐진 찰나. 눈을 감았다 뜨면 이제. 금붕어. 비늘. 나. 그러니까 울렁 더하기 파랑 더하기 수조 더하기 나는 금붕어. 눈앞이 파랗게 울렁인다. 주파수가 넘어가는 순간은. 아 그래서, 응 그래 어쩐지. 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금붕어였어.
울렁
비참하고, 또 분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떨어지는 내 심장을 받쳐줘. 가라앉는 체온을 어떻게 해야 해? 이다음에 몰려오는 건 어여쁨 뒤에 가려진 기이함이었다. 아무도 없다. 울렁이는 주변에 비치는 건 나뿐이다. 금붕어 한 마리. 이 모든 게 그 금붕어 한 마리를 위해서 만들어졌어. 무한하게 또 투명하게 비쳐 보인다. 울렁이는 물속 금붕어는 여전히 평이하다. 사백 개의 수조 한가운데에는 금붕어가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긴 머리의 남자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는데 수족관은 너무나 멀쩡했다. 멀쩡한 게 뭐야, 아주 반짝였다. 매일 먼지가 쌓이는 건 금붕어가 있는 수조였다. 여기는 도대체 뭐야? 아 나는 이미 익사의 직전이었다.
내 귀의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너무 빨리 눈치챘다. 그렇지?
익사를 위해 만들어진 수족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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