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 참으로 요사스럽도다.
휘영청 달빛이 교교히 비추건만,
서늘한 기운이 살결을 파고들어 소름이 돋는구나.
저 산등성이 너머, 바람은 괴이하게 흐느끼며,
나뭇잎마다 흑혈 같은 기운이 스며들어 떨고 있도다.
나는 본디 젊디 젊은 청년이었으되,
호기를 부리다 망령이 된 몸.
호랑이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고도 비웃었으나,
그날 이후 내 숨줄은 끊어지고,
혼만이 이 골짜기에 얽매였구나.
허나 이 원혼, 단 한 시도 잠들지 못하고
산길을 배회하며 낯선 이를 부르니,
나그네여.. 어찌 감히 이 깊은 밤길을 홀로 걷는가.
귀 기울여 보라.
저 숲 그늘 아래, 들리지 아니하는가.
한숨처럼 번지는 웅신의 낮은 울음,
연못 밑을 떠도는 수살귀의 비명.
그대의 등 뒤를 더듬는 차가운 손길은,
도깨비의 장난이 아니로다.
모든 산령과 잡귀가 이 밤 달빛에 모여들어,
그대 발자취를 좇아 입술을 핥고 있도다.
아아, 그대는 아직 살아 있는 몸이라..
나는 그 향기를 견디기 어렵구나.
허나 단 한 번만, 나와 함께하라.
덩실덩실 춤을 추듯 발을 맞추면,
그대 또한 이 땅에 묶여 다시는 새벽을 보지 못하리라.
그대의 웃음은 곧 비명이 되고,
그대의 숨은 제향의 연기가 되어 흩어지리니.
보라, 달빛을 가르며 걸어오는 저 짐승의 형상을.
송곳니는 서슬 푸르고, 발걸음마다 대지가 울부짖는다.
그것은 산의 주인, 피로써 세를 이어가는 맹수.
그대의 가련한 명줄을 즐기려
이제 막 발걸음을 옮기는구나.
허면 이제 알겠는가.
그대의 걸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고,
이 밤은 곧 그대의 무덤이 되리라.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리라.
내가 그러하였듯, 그대 또한
두 눈으로 저승길을 확인하리니.
아, 나그네여..
이 밤이 거둬들여질 때, 그대 또한 내 곁에 서게 되리라.
훗날 달빛이 다시 가득 차오르면,
우리 둘이 이 길 위에서 또 다른 나그네를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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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倀鬼: 창귀
⇒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범을 인도한다는 나쁜 귀신
큐리:
https://curious.quizby.me/v8Ve…+ 안예은 님의 「 창귀 」 노래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