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9 11:52•조회 47•댓글 0•조유담
어느 횡량한 마을이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입을 열면 “하얀 날개니까 천사야”, “눈이 가려졌으니 아마 벌을 받은 거겠지” 라며 자신들의 기준으로 해석했고, 가녀린 손을 보며 “약해서 버려진거겠지”라고 속삭였다.
누군가는 비웃고, 누군가는 동정을 가장한 무시였고, 대부분은 그저 시선을 피했다.
두 소년은 말이 없었다. 그는 날마다 강가의 오래된 벤치에 앉아, 낡은 들것에 실린 천사를 바라보았다.
눈이 가려져 있어도, 천사는 종종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그것이 날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몸짓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너는 왜 매일 거기 있니?” 사람들이 물었다.
“그녀가 뭘 찾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이렇게, 짧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웃었다. “천사라면 말이야, 우릴 돕고 축복을 줘야지. 저건 아니야. 그냥 쓰러진 환상일 뿐이야.”
그러곤, 고개를 돌렸다.
본 것만 믿는 이들의 눈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걸 놓쳤다.
천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날.
마치 숨겨진 노래의 한음절을 찾듯, 조심스럽게
그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아무도 그 손짓을 보지 않았지만, 그만 귀 기울여 서리에 집중했다.
그 순간 천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가려진 눈 너머에서, 아무도 본 적 없는 빛이 흘러나온것 같았다.
진실은 조용히 일어났고, 조용히 사라졌다.
눈을 감은 자만이, 그것을 봤다.
The wounded angel- Hugo Si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