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vi 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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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14:50조회 55댓글 25eo1z
* 여러분은, 청부업자가 아닙니까?

늇클론의 한마디에 나와 미하엘은 그 자리에 벌 서듯 얼어붙었다. 별 말 아니었음에도, 다음에 할 말을 왠지 알 것 같은 느낌.

* ... 그게 무슨 상관이지?

늇클론에게 처음 맞선 것은 나였다. 분명 이상한 목소리였을 것이다. 이상한 발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엔 꼭 미하엘은 대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믿음만 담겨있었다.

* 저희도 의뢰를 하고 싶습니다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뒷주머니에서 권총이나 빼어 사살할 작정이 아니었단 말인가? 나와 미하엘은 서로 당황해 눈빛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 정부 의뢰는 받지 않아.

나와 미하엘의 신념, 그리고 계약 사항. 정부의 의뢰는 우리 같은 한낱 잡거리들이 할 일이 아니다. 자칫 실수하면 우리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최소한 해외 전문가 정도는 고용해 의뢰하는 것이 대부분이건만...

* 아쉽게 됐군요. 여러분께 선택지를 드리려고 했는데 말이죠.

선택지란 말에 나는 늇클론의 말을 조금 끊고 바로 말을 이었다.

* 무슨 선택지가 있지?

내 말투는 내가 회상해도 꽤나 날카로웠다. 늇클론도 그런 내 의도를 알았는지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 저희의 의뢰는 받는 것, 아니면 여기서 살해당하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겁니까?

미하엘은 조금 앞서 있는 나의 손을 뒤에서 잡아 끌었다. 그것은 매몰아치는 폭풍 같기도, 흔들리는 지진 같기도 했다.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개였다. 계약 사항을 위반한 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만약의 상황을 감수하고 현재의 나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여기서 무참히 피를 흘리는 것. 그것은 나와 미하엘의 답을 충분히 지연시킬만 했다.

* 빠른 답을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제 2번째 기회입니다만.

늇클론은 지금 시장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실이 아닌 이런 풀숲 마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그리고 착장이 양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 아담, 지금!

순간, 미하엘은 나의 손을 잡고 마당 밖으로 뛰었다. 뜨거운 듯 시원한 바람이 순간적으로 나의 뺨을 감쌌고, 벌레인지 나뭇잎인지 모를 간지러운 느낌이 나의 팔 전체를 휘저었다.

* 미하엘, 잠깐!

미하엘은 왔던 길을 그대로 넘어 쇠창살을 밟고 올라갔다. 물론 나도 담장을 넘는 미하엘의 곁에서 같이 따라 올라갔으나, 전직 운동선수였던 미하엘의 속도를 따라잡긴 어려웠다.

* LC! (왼쪽 모퉁이!)

어젯밤, 여관에서 만들었던 우리의 수신호.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먼저 빠져나간 사람이 왼쪽 코너로 차를 끌고 오겠다는 암묵적인 수신호였다. 풀네임은 Left Conner.

내가 쇠창살을 넘어 나오곤 바로 왼쪽 모퉁이를 돌아보자 나와 미하엘의 방탄 소나타가 보였다. 나는 그대로 조수석에 올라탔고 미하엘은 내가 아직 다 안기도 전에 차를 출발시켰다.

* 저, 개새끼들...!

안전벨트를 메곤 사이드 미러로 뒤를 보니 정부 경찰들이 도로까지 나와 우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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