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은 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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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22:46조회 50댓글 2해온
| https://curious.quizby.me/URZ8…

뜨거운 햇살이 한 순간에 나를 비췄다. 어찌나 뜨거웠던지, 그 햇살에 내 몸이 녹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 피하고자 향한 곳은 운동장을 지난 그늘이었다. 그늘에 앉으니 느끼지 못한 그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다정하게 다가온 바람이 좋았다. 만족. 지금 이 순간에서 느끼는 것은 분명히 만족이었다.

- 너 이번 방학에 계획 있어?

순간 그 말이 귓등을 스쳤다. 아, 곧 방학이었지. 다시 생각 났던 그 한마디는 나의 잊은 방학을 되살렸다. 사실 이전에도 방학 계획을 짜려던 시도는 있었다. 다만, 다른 친구들 만큼이나 즐거울 것만 같은 계획을 짜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꼈고, 그 끝에 다다른 내 결정은 간단했다. 쉬자. 그 결론으로 끝난 시도였다. 방학에는 아무래도 쉬는 게 꿀이지, 같은 생각들을 주로 해왔던 내가 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 그 뿐이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자 내 팔은 무릎을 향했고 손은 턱을 괴고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차 싶어 고개를 돌리려던 그때, 눈 앞에는 네가 보였다.

- 너 방학에 할 거 있어?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멍 때렸다. 이 질문이라도 들은 것에 기뻐하려는 마음은 고이 숨겨두고서.

- 없는데 왜.

툭 내뱉은 말, 그 말을 듣자 잠시 바라보던 너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지금 내가 하던 생각과 많이 달랐다.

- 방학식 날, 같이 불꽃놀이나 보러가자.
- 엥? 웬 불꽃놀이?
- 그냥 여기 앞에서 한다길래.

같이 보자는 말에 붉게 떠오를 것 같은 홍조 숨기느라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아마 내 눈 앞에 있는 너는 모르고 있을 것 같았다. 저렇게 무해해 보이는 웃음이나 지으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네 표정에 이끌렸을까.

- 뭐… 그래, 같이 가자.
- 그때 밤에 한다니까 늦지나 말고.

다시 제 갈길 찾아 가는 너를 빤히 바라보았다. 데이트라도 하자는 건가? 그렇지만 지금까지 티가 안 났던 것 같은데.

집에 오자마자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풀썩 누워버리자 더욱 네 생각이 났다. 이해할 수 없어선 몇 번이나 같은 생각을 반복하였던가. 그럼에도 그 횟수마저 전부 잊어버렸다. 그 설렘에.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느리게만 느껴지는 이 시간에 불평 늘어놓던 게 언제였을까. 학교에서 겨우 방학식을 마치고, 나는 밤을 기다리기 위해 빠른 발걸음의 목적지를 집으로 정했다. 너를 보기 위한 노력에 해당하는 항목이었으니.

- 시간 잘 맞춰 왔네, 웬일?
- 내가 시간 약속에는 탑이라서.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당연히 늦지 않게 도착할 수밖에,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괜히 노력한 내 자신에 반할 것 같기도 하였다.

- 엇, 곧 시작하겠다!

하늘을 가리킨 내 검지 손가락 위 하늘에는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피쉬이익, 팡!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오르다가 저 위에 다다랐을 때 터지는 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의 수군거리던 목소리가 언제 들렸냐는 듯 터지는 불꽃 소리가 연속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올라가던 불꽃의 갯수가 늘어나며 소리의 조화를 이루었다.

파바박! 그 소리에 힐링이 되었다. 무언가 실수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였던 내 마음마저 저 불꽃에 터지는 것 같아서, 옆에 있는 네가 꿈이 아니라서 좋았다.

곧 터지는 불꽃의 소리가 줄다가 이내 멈추었다. 불꽃놀이가 끝난 것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였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어두운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들린 네 말에 네게로 고개를 돌렸다.

- 오늘 진짜 좋았는데, 그렇지?
- 응, 되게 이쁘더라.

끝난 불꽃놀이가 괜히 아쉬웠다. 곧 다시 헤어져야 할 텐데, 신세 한탄이나 하고. 그래도 같이 본 것에 만족해야 하나 생각하여 몸을 돌리고는 가려던 때였다.

- 나는 더 예쁜 게 있어서 못 봤는데.

응? 잘못 들었나, 너를 바라보았다. 네 얼굴에는 여전히 그 무해한 웃음을 띄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다음에도 같이 보러가자.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지 않기를. 현실이라면 영원하기를. 이 순간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던 내 소망이었다.

_ 다음에도 함께 보러 갈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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