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수조 속의 여왕》

지우는 반에서 제일 예뻤다.
예쁘다는 건 단순히 얼굴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눈빛,
적당히 숨기는 듯한 말투,
그리고 누구에게든 '너만은 특별해' 보이게 하는 재주.

“지우가 너한테도 그 말 했어?”
승호가 물었다.

“뭔 말?”

“'나는 너랑 있으면 편하더라.’ 그거.”

나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말, 나도 들었다.
그때는 정말 나만에게만 한 말인 줄 알았으니까..

"요즘 너랑 연락하는 애 몇 명이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내가 묻자, 지우는 웃었다.

"몰라, 나 그런 거 세는 성격 아니야. 다 친구지 뭐~"

‘다 친구지 뭐.’
그 말에 걸리는 건, 그녀는 단 한 명도 확실히 친구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녀의 톡방에는 이름 옆에 하트가 붙은 애들도 있었고,
밤마다 통화하던 애도 있었고,
자기 생일에 고가의 향수를 준 애도 있었다.

하지만 지우는 늘 말했다.
"나는 아직 누구도 사귈 만큼 끌리지 않아..
그리고 준비도 안됐어ㅎㅎ"

그 말은 마치—
“넌 아직 내 기준에 못 미쳐.” 같은 말로 들렸다.

하루는, 민준이 단체 톡방에서 그런 말을 했다.

| "야, 지우한테 고백했더니 연락 끊겼다 ㅋㅋ"

지우는 그 글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내게 따로 연락이 왔다.

| [지우]: "민준 좀 감정적으로 굴지 않게 말해줘… 솔직히
부담스러워 😔"

…그 말에 기분이 묘했다.
왜 하필 나한테 부탁하는 걸까
그리고, 그가 감정적으로 된 이유를 정말 모르는 걸까 싶었다

밤 11시, 지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우야, 무슨 일이야?”
"그냥… 오늘 상사때문에 너무 피곤했다니까?! 너 목소리 들으니까 괜히 마음이 놓이네.... 포차가서 뭐 먹을래?? 배고프단말이야ㅠ"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또 하루를 그녀에게 내주고 말았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