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의 몽환과 종언

설정
2025-09-29 20:37조회 29댓글 0nxbxr3
모두가, 모두가 꿈을 기억한다면 행복할 줄 안다. 꿈 속에서 존재하는 것만 같은 누군가를, 향의 종류도 모르지만 어딘가 알 것 같은 이름을 기억하는 것. 다들 오직 그런 것을 기억해내기 위해, 뇌내에서 아지랑이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바란다.

특히 작가, 그런 부류들은 계속 나를 찾아와 글의 소재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몽환적인 이야기, 세포가 반응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이야기••• 그들이 원하는 건 많고 다양했다.

그러면 당신들이 꿈을 기억해주지 않겠습니까? 라고 묻고 싶은 말을 어금니로 꽉 물곤 그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는 말과 생각을 뱉길 반복하니 기억이 선명해져 알고 싶지 않았던 따뜻한 꿈의 양면까지 알게 됐다.

꿈을 기억하는 것, 단지 어릴 적 장래희망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잠들 때 남몰래 돌아가는 뇌내망상을 기억해내는 것이다—한때 이런 자긍심으로 그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런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기억하는 내게, 신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축복인 망각 따윈 작용하지 않는 듯싶었다.

아, 차라리 어떤 누군가를 붙잡고 이 심정을 토로해내고 싶다. 그렇다면 이 힘—아니, 저주—도 사라질까?

누군가는 데자뷔를 보면서 좋다고 말한다, 그 이면까지 알고 있는 내게는 전혀 관심 없는 이야기지만… 데자뷔라는 것도 내겐 시끄러운 소문일 뿐이다.

알싸한 노스텔지어 캔디, 체리 와인, 나도 알지 못하는 어떠한 음식의 향기.

이렇듯 꿈에는 낭만이 있다, 새벽인지 놀(*노을)인지 모를 꿈은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낭만이 뛰는 감성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낭만 뛰는 감성의 말로에는 추악한 세계만이 존재할 뿐.

꿈에서 깨어나면 낭만과 추악함 사이를 오가며 여행하는 사람들을 이들은 혼수상태, 식물인간이라 부르던가. 그들은 그저 낭만에 뛰어들어 헤엄치는 하나의 물고기같은 존재일 뿐인데? 하는 흔한 궁금증. 어차피 그 낭만에서 나오면 추억함을 낭만으로 덧씌워 바라볼 터인데.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그렇다고 꿈도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렇다면—꿈을 기억하는 건 축복인 동시에 저주야.

—라며, 이 12개월의 종언을 장식.


https://curious.quizby.me/bgMF…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