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게 불어 머리카락이 엉킬 정도로 달렸다. 달릴 때마다 가로등 불빛이 어둠에 잠기고, 그 사이로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야, 진짜 너무 빠르다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나는 속도를 줄였다. 헐떡이며 옆에 붙어오는 너를 보니 괜히 웃음이 터졌다. 너도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을 것만 같았다.
동네 끝 언덕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두 사람 모두 숨이 가빠 말을 잇지 못했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만은 막을 수 없었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게 청춘 아니냐?”
네가 농담처럼 말하자, 나는 대꾸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툭 치고, 나는 괜히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걸 숨기려 애썼다.
우린 분명 친구였고, 앞으로도 친구일 거라고 믿으면서도 어쩌면 그 밤, 우리 둘 다 아주 잠깐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길 위에서, 옆에 네가 있어서 좋다고.
ne0n. :자전거 옆자리의 너
+ 며칠 전에 써놓은 글이에요
https://curious.quizby.me/ne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