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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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6 19:08•조회 46•댓글 1•처연
천천히 다그치듯 떨어지는 물방울에 고개를 들어 올린다. 거미줄에 매달린 사랑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이슬만치 아름다워 조그맣게 웃음 짓는다면 너무나도 행복해 할 텐데. 두 손 둥글게 모아 떨어지는 사랑 고이 모셔 간다.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로 빠져 나가는 사랑이 야속하고 그리워 입 안으로 들이 붓는다. 혀를 적시고 입 천장을 적시고 어금니를 적시고 목구멍을 적셔 밑으로 밑으로 곤두박질친다.

—삼키면 안 돼.

말 한마디에 쏙 든 정신 부여 잡고 애써 목울대를 움직여 보지만 한 번 내려간 사랑이 다시 올라올리야 없지. 중얼중얼중얼 뭘 그리 생각하는지 그늘 진 얼굴에 입술 들이대고 키스라도 해볼까 보다. 그래. 난 너를 사랑하고 싶었다. 가슴 깊이 누르고 눌러 뼈를 묻고 싶었다. 그게 내 소원이라면 소원이였고 꿈이라면 꿈이였다.


현재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열쇠인데, 현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어찌나 부질 없고 무의미한가.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다. 미래가 없다면 현재를 살아갈 이유도 없다. 세 가지가 모두 공존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다. 목에 걸린 사랑 켁켁거리며 가슴 두드려 보지만, 나올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 꿀꺽꿀꺽 전부 몸 속으로 밀어 넣는다. 헛구역질이 올라 온다.


사랑이 응어리지고 묽어져 꾸깃꾸깃 입 밖으로 튀어 나온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어두워 자꾸만 기침이 나올 것 같다. 묽게 풀린 속을 달래고 달래다 재채기를 내뱉는다. 네가 날 사랑해 주길 바랐다. 항상 내가 널 사랑해야지 하면서도 네가 날 쓰다듬어 주길 바랐다. 부질 없는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너를 꾸고 싶었다. 네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이게 사랑일까. 추잡하고 끈적하고 더러운. 이게 정말로 사랑일까. 사랑이 맞을까.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랑이란 없어.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었다. 내가 널 이리 사랑하는 것도 가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랑을 떠올릴 거야. 내가 사라지더라도 사랑은 기억 되도록 부풀리고 부풀릴 거야. 사랑을 품고 세상 앞에 전진할 것이다. 마음껏 나아가고 날아갈 것이다.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날 사랑하게 만들 테야. 내가 없으면 죽은 삶이나 다름 없게 만들 것이다. 그게 내가 아는 사랑이니까. 사랑의 정의니까.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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