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숨 쉬지 않는다_ 04

설정
2025-07-11 21:16조회 59댓글 1시원
소문이 돌고 난 후,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싶어졌다. 무거운 시선들이 내게 꽂히면 짓눌리게 된다. 내 어깨 위에는 돌멩이가 하나씩 쌓여가는데, 덜어낼 순 없는 걸까. 요즘은 탐험대에 잘 나가지도 않았다. 사람들 말로는 해수면이 낮아졌다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여전히 바다는 깊고 투명할 뿐이어서, 알 수가 없다.

• 괴로워-.

의미 없는 독백을 내뱉어 보였다. 갈라진 목소리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흉측했다. 나는 지금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으므로, 나는 결국 또 바다를 택했다. 돌아갈 자리는 바다뿐이었던 거다. 오랜만에 만난 바다는 여전히 같았다. 여전히 차가웠고, 포근했으며, 그리웠다. 나를 짓눌렀던 돌멩이들이 재가 되어 사라진다. 다시는 쌓일 일 없을 것같이 홀가분했다. 수면 위로 올라가면 어차피 다시 반복될 일이다. 나는 한순간의 쾌락임을 알고 있는데도, 멍청한 짓을 또 되풀이한다. 내 생각은 지금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니까.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낸다. 그러기엔 바다가 제일이었다.

너무 시린 바다에 들어갔나 보다.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끈질기게 따라온 녀석은, 내가 뜨거운 열을 내뿜게 했다. 눈앞은 흐릿하고 머리는 깨질 것같이 아프다. 몸을 가누지도 못할 거 같기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나를 간호해 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없이 곧 부서질 것 같은 몸뚱아리를 일으켰다. 중간중간 벽을 짚어야 하긴 했지만, 입안이 바싹 말라버린 것이 훨씬 고통스러웠다. 이 짓거리를 다신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생수 한 병을 테이블 위에 두었다. 숨은 끈질기게 이어져서, 떠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평생, 이 감정과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부서질 대로 부서진 마음은 이제 끝내 가루가 되어 버렸다.

열병을 앓은 뒤엔, 더 이상 센터에 있고 싶지 않아서 거의 바다에서 살다시피 했다. 배고픔도 잊은 채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갔다. 사람이 점점 싫어졌다. 무감각은 전염병처럼 번졌고, 어느새 사람도, 감정도, 통증도 잊혔다. 그러고 살다 보면 가루가 되어 사라지겠지. 아무도 날 기억하지 않고. 이젠 내 이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를 모르겠어서. 어차피 기억해 주지 않을 이름이라면 의미도 가치도 필요도 없다. 그렇게 나는 혼자 세상이란 배 위에 올라탄다. 언제 침수될지 모르고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절망으로 가득 찬 내 바다를 항해한다. 희망, 사랑, 행복 따윈 내던진다. 그게 내 바다가 될 것이다.
----------------------------------------------------------------------
https://curious.quizby.me/Siw
Image 1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