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의 호흡은 거칠었습니다. 거친 호흡 속의 활기찬 마음은 적군들이 사냥감으로 보이는 저격수의 폭력성에 있었습니다. 저격수는 자신이 당긴 방아쇠가 재미있는 놀이로만 보였나 봅니다. 저격수의 부모가 어린 시절 가르쳐 준 여우와 토끼를 사냥하는 방법을 저격수는 잊지 않았습니다. 이 방법들은 지금도 저격수의 신경계를 움직이게 합니다. 자신이 목표를 이루거나 실패하는 그 2개의 갈림길만이 저격수의 생사를 정하였습니다. 그 목표는 곧 살인이었습니다. 살인을 조금 더 합법적이게 표현허면 사냥입니다. 그저 인간 사냥입니다. 인간에게로 총알을 던지는 사냥일 뿐입니다.
저격수는 다시 침착하게 적군들에게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
흔하디 흔한 총소리와 함께 적군 한 명이 죽었습니다. 저 적군의 이름과 과거를 저격수는 모르고, 모르는 게 나았습니다. 저격수는 자신이 저격한 저 적군이 여우처럼 생겼다고 느꼈습니다. 붉은 땅이 펼쳐진 이곳에 숨기 위한 붉은 군복 사이 삐져 나온 벡금발이 그렇게 보였거든요. 실은, 저 적군은 저격수의 아버지처럼 농부였습니다. 땅에 씨앗을 뿌리는 순수한 성찰을 즐기던 농부였습니다. 자신이 기르던 감자가 자꾸만 걱정이 되어 전투에 집중 못하던 농부였습니다.
저격수는 붉은 빛 땅 위에서 다시 총을 쏘기로 하였습니다. 저기 저, 붉은 군복이 와인잔에 담긴 와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배가 나온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병사가 있네요. 병사에게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병사가 쓰러졌습니다. 저 병사가 토끼처럼 뛰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하마타면 웃을 뻔하였습니다. 저격수는 저 병사가 자신의 외삼촌과 닮었다는 서실을 배제하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외삼촌은 우스꽝스럽기는 하여도 그 누구보다 친절하였거든요. 숲 근처의 하얀색 페인트칠이 된 목조 주택에서 로트와일러와 함께 고요하게 살아가는 외삼촌을 죽인 인간이 되기는 싫었거든요.
저격수는 이곳의 붉은 땅이 자신의 고향과 닮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묘하게 달랐습니다. 자신의 해마에 존재하는 고향과는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급니다. 이곳의 붉은 땅은 핏물이 고인 진흙처럼 보였으나, 자신의 고향은 체리를 머금은 땅처럼 보였습니다. 저격수의 고향은 체리를 기르는 넓은 농장이 있었거든요. 그 농장의 주인 아저씨는 가끔 농사가 잘 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마을 사람들에게 체리 파이를 한 조각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잘 구운 칠면조와 같이 먹었을 때 가장 맛이 좋아서, 추수 감사절에 먹고 싶은 요리였습니다. 반면, 이곳은 피 농장이었습니다. 인간의 몸에 칼을 겨누고, 그 칼을 휘둘러 몸을 가르고, 흠집을 내고, 총으로 인간의 몸에 구멍들을 뚫고, 그 구멍이 끝까지 통과하지 않아 피와 내장이 힐끗힐끗 보이는 모습을 보게 되고, 총 위에 얹은 칼 위에 얹은 피 위에 얹은 폭력 위에 얹은 정당함 위에 얹은 고통을 맛 보는 곳이었습니다. 피가 땅에 머금어져서 땅이 붉은 색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말이 갔습니다. 어디서 왔든지, 이곳에 오기만 하면 피 안의 본능을 맡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격수는 무서웠습니다. 이곳에서 죽인 이들이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삼촌이라는 게, 저격수의 사냥에 차질이 생기게끔 하였습니다. 사냥을 해서 벗긴 여우의 붉은 가죽은 여우가 새끼를 보듬으던 몸이기도 하였잖아요.
저격수는 다시 총구를 적들에게 겨누었습니다. 손가락이 방아쇠를 감쌌습니다. 눈이 적군의 가슴을 향하였습니다. 다시 사냥 시간입니다. 얼굴이 (동생처럼)갸름하고, 몸이 (아버지처럼)얇고, 걷는 폼이 (자신처럼)재빠른 이를 총으로 쏴서 죽였습니다. 그 사람의 고통이나, 그 사람의 가족의 고통이나, 자신의 양심애서 오는 고통이나, 그 사람이 있던 사회에서 오는 고통에 대하여는 관심 없었습니다. 그저 죽이고 죽는 싸움의 현장이었습니다. 저격수는 자신의 양심을 땅 속 깊은 곳에 묻혀 화석으로 만든 뒤, 다시 총을 쐈습니다. 살인이 아니라 사냥이라고 말하면서요. 사냥, 사냥, 사냥, 살인과 사냥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가지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으면 그 살인은 정당화 될까요?


(⚠️여기서 나오는 적국이 특정 나라를 표현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