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1 22:07•조회 49•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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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담당의사는 언제부터 그런 소리들이 나기 시작했는지 물었다.
나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낡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밤마다 윗집에서 발소리와 가구 끄는 소리가 들려서 집중이 안 됐다고 했다.
벽이 얇아서 그런 거라고, 다들 참고 사는 거라고 나도 처음엔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이어폰을 끼고 공부해도 소리는 이어폰을 넘어 계속 반복됐다.
시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소음은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관리사무소에 몇 번이나 말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의사는 그 소리가 언제 가장 심했냐고 물었다.
나는 시험 전날 밤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날밤은 소리가 이상하게 나지 않았고, 다행이다- 하고 다시 책을 펼때쯤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아기울음소리, 피아노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나는 책을 덮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 이후의 기억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눈을 떴을 땐 집이었고, 수상하게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날이 흘러갔다.
며칠 뒤 의사는 상태를 보겠다며 가정방문을 제안했다.
집에 들어선 의사는 잠시 말을 잃은 채 천장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들고온 작은 수첩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위층에서 들리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집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의사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윗집에 대해 물었다.
통화를 끊은 뒤, 그 집은 오래전부터 공실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애써 웃으려고 했지만 차가운 공기 탓인지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소리가 처음 시작된 날을 정확히 떠올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의사는 조용히 내게 지금도 소리가 들리냐고 물었다.
나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그순간
천장에서 분명히 쿵 하는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