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5 00:15•조회 5•댓글 0•유키노텐시
덜컹거리는 나무 관절 소리와 가느다란 실의 긴장감을 느껴볼래?
-악마의 춤, 천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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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조심해. 머리 위를 지나는 저 가느다란 실에 영혼이 엉키지 않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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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밤 우리가 보여줄 막은 아주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악마의 춤과 천사의 노래'랍니다.
제 나무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나요?
이건 내가 춤추고 싶어서 추는 게 아니야. 저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손가락이 내 손목을 낚아챌 때,
비로소 시작되는 악마의 무도지.
바닥을 긁는 내 발끝을 봐.
우스꽝스럽고도 처절하지?
그건 인간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가장 밑바닥의 욕망을 대신 흉내 내는 거란다. 검은 실이 나를 뒤흔들 때마다, 나는 가장 추악한 각도로 몸을 꺾으며 파멸의 궤적을 그리지. 사람들은 그 불쾌한 몸짓을 보며 전율해.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본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떨어지는 저 서늘한 은빛 음률을 들어보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천사의 노래?
그건 내 뻣뻣한 나무 몸통을 부드럽게 감싸는 유일한 온기라네.
악마의 실이 내 목을 죄어올 때, 그 노래는 비단 같은 손길로 나의 매듭을 어루만지지.
신기한 일이지? 가장 지독한 춤사위 속에서만 이 노래는 비로소 가장 고결하게 울려 퍼지거든.
춤이 격렬해질수록 노래는 더 투명해지고,
내 몸을 조종하는 실들은 팽팽해지다 못해 끊어질 듯 울어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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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막이 내릴 시간이야.
내가 무대 바닥에 힘없이 엎어지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겠지.
하지만 기억해줘.
저 노래가 멈추고 춤이 끝난 뒤에도, 너희들의 가슴 속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실들이 엉켜있다는걸.
누군가는 악마의 박자에 맞춰 심장을 두드리고, 누군가는 천사의 선율에 기대어 겨우 숨을 쉬고 있겠지.
내일 밤엔 또 어떤 실이 나를 일으켜 세울까?
뭐, 상관없어. 악마와 천사, 그 둘이 손을 잡아야만 비로소 이 완벽한 비극이 완성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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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거리는 나무 심장 위에 붉고 푸른 낙인을 새기고,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실 위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중주를 연주하기로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