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1 09:52•조회 50•댓글 1•한지우
《미현(未顯)》
#“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세상은 나를 본 적이 없고, 나도 나를 본 적이 없다.”
-By 한지우
벽은 하얗다.
너무 하얘서 눈이 아프다.
그 안에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 같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다.
그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기에 있지만, 아무도 그를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의자에 앉아 있는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는데, 감각은 멈춰 있다.
말을 하려 하면 혀가 굳고, 생각을 하려 하면 머리가 멈춘다.
그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말을 건다.
“오늘은 어떤 기분이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기분이 무엇인지 모른다.
기분은 감정이고, 감정은 자아의 그림자다.
그는 그림자가 없다.
밤이 되면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는 다른 사람이 된다.
어떤 날은 아이, 어떤 날은 짐승,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 그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일지도 모른다.
거울 앞에 선다.
거울은 그를 비추지 않는다.
빛은 반사되지만, 형체는 없다.
그는 손을 뻗는다.
거울은 차갑다.
그는 그 차가움을 느낀다.
그 순간, 그는 생각한다.
_“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이 차가움이 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_
-By 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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