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 (哨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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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6 19:34조회 52댓글 1ne0n.
저 먼 밤하늘의 달빛이 닿지 않는 언덕 위, 나는 매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잔디가 물결처럼 흔들리고, 발밑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정적을 메운다.

저 수많은 별들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고 반짝이고 있다. 그런데 네가 떠난 자리는 이상하리만치 공허하고 차갑다.

“밤하늘을 지켜봐줘. 언젠가 같은 별을 바라보며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네가 떠나며 내게 남긴 말은, 초계의 명령처럼 내 안에서 계속 울린다. 매일 밤 밤하늘을 바라봐달라고, 별을 찾아달라고.

별을 세는 건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밤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 한다. 어쩌면 그중 하나가 네가 보낸 신호일지도, 혹은 길잡이 불빛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나는 마치 초계병처럼, 매일 같은 시각에 이곳을 찾는다. 땅거미가 지고 공기가 차가워질 때쯤, 주머니 속에서 네가 주고 간 작은 나침반을 꺼내어 쥔다. 그 나침반은 내게는 추억이고, 네게는 희망일 것이다.

나침반 속 바늘은 늘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그건 단순히 어느 방향을 향한 것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바늘 끝에 네가 서 있다고 상상한다.

바람결에 섞여 오는 소리들은 자꾸만 환청처럼 들린다. 가끔은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며 웃는 것 같고,
또 어떨 때는 너와 웃던 그 여름밤의 숨결이 겹쳐지기도 한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속으로 또 짧게 기도한다.
이게 내 이상 속의 환상이라도, 의미없는 내 망상이라도 좋으니 오늘 밤만은 내 곁에 와 달라고.

언덕 아래 건물들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세상 전체가 어둠 속에 잠겨갈 때, 네 얼굴은 오히려 뚜렷하게 머릿 속에 그려진다. 별빛이 유난히 밝고, 달이 맑은 날에는, 네 눈동자가 반짝였던 순간까지도 생생히 살아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 하고, 의식하지 못 하는 이 자리에서, 나는 내일의 밤하늘까지 계속 지켜낼 것이다.

혹시라도 네가 돌아올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밝혀주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별들 사이에서, 너의 웃음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너와 웃을 내일을 그려가며 이곳에서 별을 지킬 것이다.

Orangestar- 내일의 밤하늘 초계반
@ne0n. https://curious.quizby.me/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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