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는 오늘도 책을 펴놓고 뭔가 끄적이고 있었다.
현우가 다가와 툭툭 쳤다.

"야, 강수현, 너 누구 챙기는 거 맞지? ㅋㅋ"

수현은 펜을 멈추고 말했다.
"응. 했어."
"뭐? 언제?"
"어제. 책상 서랍에 넣었는데, 모르더라."
"뭐 넣었는데?"
"볼펜이랑... 쪽지."
"쪽지? 뭐라고 썼는데?"

"오늘 하루도 웃으면서 보내라고."

현우는 멍하게 수현이를 빤히 바라봤다.
"...오~ 멋있네. ㅋㅋ"
수현이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자, 이거 너 가져. 마니또 선물 챙기다가 남은거야."
"어? 오, 땡큐. 잘먹을게."
나는 하윤이 무리 쪽을 힐끔 바라봤다.

윤서아랑 시연이는 여전히 떠들고 있었고,
그 옆엔 보민이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항상 그랬다.
시끄러운 하윤이네 무리에서 뭔가 안 어울리는 데도 뭔가 어울리는 애다. 말수는 적지만, 묘하게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애.

그 순간, 김시연이 소리쳤다.
"아 진짜 누가 하윤이 마니또야? 손 들어!"
(순간 당황해서 손을 들 뻔했다.)

하윤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서아는 "너무 궁금하다니까~" 하며 또 놀렸다.

그때 이보민이 작게 말했다.
"그런 거... 들키면 재미없지 않아?"

서아랑 시연이는 멈칫했다.
하윤이도 고개를 돌려 보민이를 봤다.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보민이는 말을 끝내고는,
가방 안을 조용히 뒤적이더니 작은 젤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하윤이의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정말 아무 말도 없이.

하윤이는 깜짝 놀라더니 웃으며 말했다.
"너도 내 마니또야?"
그 말에 보민은 작게 웃었다.
"그냥... 당 떨어질까봐."

그 순간,
나도 이유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다정한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