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저녁.
하늘은 자줏빛으로 천천히 식고 있었고,
물 위에는 누군가의 마음 같은 잔잔한 떨림이 퍼져 있었다.

그 떨림을 바라보던 나는,
한참 만에 그 사람을 떠올렸다.

:: 정우야, 멍때려 ? 야아.. 말을 좀 해라..

그때, 소리 없이 앉아 있던 예진이 말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말보다 먼저 시선이 흔들렸다.

:: 그냥…

예진이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마치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낡고 따뜻했다.

:: 넌 가끔, 말을 아껴서 예쁘더라~..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 넌, 말이 많아서 좋았어..
지금의 내가 그때의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예진은 없다.
정확히는, 내 곁에 없다는 말이다.

:: 정우야, 만약 내가 사라지면 어떻게 할 거야??

:: 갑자기 무슨 말이야..

:: 진짜로. 그냥 없다면.,
말도 없이 그렇게 없어져버린다면.

:: 그럼…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거야.

:: 잉 왜?

::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려고 ㅋㅋ..

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작은 돌멩이를 하나 들어
물 위로 던졌다.

툭. 툭. 툭…

•••
물수제비가 세 번 튀고 가라앉았다.
예진은 그걸 바라보며 말했다.

:: 바보 같다, 진짜..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그녀는 그 다음날,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났다.

| 정우야
네 옆에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는 나를 계속 잃어가고 있었나 봐
미안해
사랑했어

예진 |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말이 적어진 내가 아니라,
그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는 내가 되었다.

' 예진아. 오늘도 네가 떠오르더라. '

내가 혼잣말처럼 중얼이자,
바람이 살짝 웃는 듯이 지나갔다.

___

사랑은 말하지 못한 문장으로 남는다.
그래서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아직도, 그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25.8.9 작성
@eiei.O
https://curious.quizby.me/EI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