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20:02조회 63댓글 3익명
" 일어났어? "

낮선 그리고 동시에 그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세요? 저기요? "

" 나는 너의 어둠 속 정령이야. "

" 어둠 속 정령이 뭐에요? "

그는 자신이 어둠 속 정령이라고 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사실 같았다.
그런 말이 진실일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 어둠 속 정령이 뭐냐고?
그건 차차 알려줄게.
넌 아직 볼게 많아. 그리고 할 것도 많아. "

" 네? "

정령은 내 되물음에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희한하고 고요한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 사람을 과연 믿어도 될지 의심이 됬다.
하지만 계속 따라가고 싶었다.

그 순간, 정령은 내게 손짓했다.
마치 따라오라는 신호같았다.

나는 그 손짓에 이끌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채
그렇게 정령을 따라갔다.

같은 길만 걷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 어둠 속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어떻게 나갈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희한하게 들지 않았다.

" 정령님 저 혹시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

" 그러렴 "

정령은 짧게 대답했다.
나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으니 이제 말만 하면 된다.

" 그 정령님은 언제부터 여기 계셨어요? "

"..."

정령은 잠시 할 말을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다시 말했다.

" 오래전.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

"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모른다고요 ? "

" 응. 나도 대답은 해주고 싶지만
정말 그럴수가 없어 "

" 우선.. 네 "

왠지 이말도 진짜였던 것 같았다.
그 말을 하는 정령에 눈빛이
쓸쓸해보였다.
그래, 본인도 모르는 세상에 혼자 남은
그 느낌은 나도 아니까.
누구보다 이해할수 있는 그런 감정에 잠시
눈에서 물이 조금 흘렀다.

/

내 눈물 한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나와 정령은 새로운 장소에 이동했다.

이 공간은 별 다를게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큰 나무들과 풀들
그리고 꽃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정령에게 물었다.

" 당신은 본인이 언제 여기 왔는지
왜 왔는지도 모르면서 왜
본인이 어둠 속 정령이라고 주장하죠 ? "

" ... "

이 사람은 왠지 차분하고
진솔한 사람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런 사람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도 외면할 순 없었다.

한참 뒤 정령이 내게 말했다.

" 나도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 "

" ..? 네? "

" 나 너무 힘들어. 근데 말할곳은 없고
항상 같은 자리 같은 곳에 있는 느낌이 들어. "

" 잠시만요.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줄래요..? "

" 나도 내가 여기 왜있는지 어디인지 몰라.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가끔씩 나만큼 힘든사람이 있을까 싶기도해 "

잠시 우리 둘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 난 내가 여기 왜 있는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지 알고싶어 "

" 혹시 이름은 알아요? "

" 이호빈. 누군가가 날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아 "

" 이호빈... 이..호빈? "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름이다.

" 내 이름 이상해..? "

" 아뇨 전혀요.. 그냥 좀 낮익어서요 "

" 넌? 네 이름은 뭔데..? "

" 전 은미에요 유은미. "

" 유은미..? 어디선가 들어본거 같아 "

" 우연인가봐요.. "

난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나무와 꽃들을 보았다.
아.. 기억이 날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호빈이라는 이름도 저 나무도
어디선가 듣고 봤던 것들이었다.

뚝..뚝..

어디선가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나는 내 옆을 슥 돌아봤다.

이호빈은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진짜 왜 우는거지..?

/


우리는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번엔 바닥이 흙이 되었고
주택들이 있었다.

" 그냥.. 말 편하게 해.. "

" 아.. 응 "

왠지 모르게 더 어색해져갔다.

" 근데 너도 울 줄 알았냐? "

" 당연하지.. 나도 사람이니까 "

" .. "

" 근데 "

이호빈은 내게 도리어 질문하려는 듯 했다.

" 넌 내가 어둠 속의 정령이라는 말을 믿었어? "

" 이런 상황에선 믿어야 하지 않을까? "

" 아무래도 "

" 근데 왜 여기에 오게 된거지 "

" 그러게 "

" 넌 그럼 원래 어디있었는데? "

" 난 그냥.. 힘들다는 생각하면서
한숨쉬고 있었지.. 그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 "

" 근데 왠지 눈물을 흘릴때마다
다른곳으로 이동하는 거 같지 않아? "

그 후로 우리는 눈물을 흘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다른 차원으로 이동을 할뿐
탈출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이제 현실로 돌아갈수 있을지도.
그리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내가 누구인지도
나와 같이 있는 이호빈이 실존인물일지도.
모두 헷갈리기 시작했다.

점점 내 자아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저 내 꿈속일 뿐일텐데.
이 꿈에서 깰때까지는
절대 나갈수 없으니까.
그게 언제일지도 모르는거니까

심지어 나갈 수 있다는게 확실하지 않으니까
더 힘들어져만 갔다.

숨이 잘 안쉬어졌다.

이호빈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 괜찮아..? "

난 일부러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 응 "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걸 숨기는 것이
그렇게 행동해서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것이
나에겐 최선의 선택일것 같았다.

이호빈은 여전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있었다.
그러곤 고개를 갸웃하더니 심호흡을 했다.

" 탈출 할수 없다고 생각해?
영원히"

" 응 "

내 대답에 이호빈은 다시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왜 그렇게 생각해? "

" 지금 날짜도 모르고
여기가 어딘지도 확실하지 않고
나갈 방법도 없는데 어떻게 나갈수 있을까? "

" 알아버렸구나 "

" 뭐? "

" 넌 너무 빨리 알아버렸네.. "

" 무슨 소리야 그게? "

" 미안해 속여서.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
난 사실 진짜로 어둠속 정령이야
악몽속에 갇힌사람은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해.
그걸 인지하지 못하게 막고
안심시켜주는 그런게 어둠속 정령이거든. "

거짓말 같진 않았다.
눈물이 났다.
아주 많이.

나는 내 자아를 잃어갔다.
이 상태로 있는게 몹시 괴로웠다.

" 진짜 그런거였구나 "

" 응 "

" 근데 우리가족은?
이제 나를 잊어버리는거야? "

" 사람이 한명 악몽속으로 빠져들면 세계관은 엉망이 되어가.
그래서 인간은 태어나고 죽지.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지속되듯이
그사람들 인생이 끝나진 않겠지.
근데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진
아무도 모르는 거지 "


나는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깊고 깊은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모든 건 끝나고
사람은 변하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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