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없는 자전거로 달려온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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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4 23:27조회 58댓글 2812 55120 88121
[ 페달 없는 자전거 달려온 시간들 ]

나는 빠르게 달려왔다.

사람들은 내가 노력형 인간이라고 말했다.
꾸준하고, 성실하고, 뭐든 결국 다 해내는 애라고.

상을 받았고, 인터뷰를 했고,
내 이름은 어느 순간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붙어 다녔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듯한 말만 골랐다.
"운이 좋았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나서요."

박수와 칭찬은 항상 나를 향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앞으로 가고 있다고 믿었다.

내가 타고있는 자전거에는 달릴 수 있는 바퀴도 두 개나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손잡이도 있다.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 생겼을 땐 자전거 벨을 울렸다.
그러면 장애물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쯤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타고있는 자전거에 페달이 있었던가?'

처음엔 부모님이 밀거나 잡아주었다.
그 다음엔 선생님이.
그 다음엔 직장 상사가.
그 다음엔 시장이.

나는 그들이 밀어주는 대로 속도를 냈다.
정확히는, 속도가 났다.
날 수밖에 없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계속 굴러야 했다.

멈추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달렸다.
아니, 굴러갔다.

아무도 없는 새벽 사무실에서
불 꺼진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다가
이상한 장면을 상상했다.

내 인생이 자전거라면,
나는 한 번도 페달을 밟은 적이 없다.

누군가 밀어주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성공은 내 것이 아니었다.
속도도, 방향도.

나는 빠르게 달려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페달 없는 자전거다.
나도 한 번쯤은 나 스스로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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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리 달리는 법은 배웠지만, 스스로 페달을 밟지는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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