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피면

설정
2025-08-28 17:51조회 20댓글 3한지우
진달래가 피면


진단은 봄이었다.
의사는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ㅡ아직은 확실하진 않지만…
준비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책장에서 오래된 시집을 꺼냈다.
그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단순한 이별의 시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건 예고된 이별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고요한 결심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수인은 그 구절을 천천히 되뇌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 끝까지 말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가 자신을 걱정하며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피고, 그녀는 그 꽃길을 걸을 것이다.
그 길 위에 조용히 앉아, 그가 떠나는 상상을 할 것이다.
아니, 자신이 떠나는 상상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작은 상자를 준비했다.
그 안엔 진달래차, 손글씨로 쓴 시 한 편, 그리고 남편에게 남길 마지막 편지가 들어 있었다.
“당신이 나를 떠나든, 내가 당신을 떠나든
진달래꽃이 피는 날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그녀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달래는 피고,
그녀는 그 꽃잎을 따라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말없이, 고이.


-By 한지우-


요새 진달래꽃 시로 글을 너무 써보고 싶었어요.
독자님들 마음에도 진달래꽃이 피기를..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