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당신은 별처럼 웃었다》 7화: 그림자 속 리아나
설정2025-08-08 16:32•조회 13•댓글 0•EIEI 🫶
〈7화〉그림자 속 리아나
밤이었다.
기숙사 복도는 조용했고, 달빛은 길게 늘어진 창틀 사이로 뻗어 있었다.
리아나는 어두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 속 자신의 눈동자가 오늘따라 너무 낯설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눈가를 만졌다.
어디부터가 자신이고, 어디까지가 ‘이식된 기억’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살아 있긴 한 걸까.”
그 말이 거울 속 자신에게 닿는 순간—
거울이 웃었다.
…정확히는, 거울 속 ‘또 다른 리아나’가 웃었다.
“마침내 네가 묻기 시작했네.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
“……!”
리아나는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거울 속 리아나는 따라오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정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웃는 표정인데… 왠지 눈이 슬펐다.
그다음 날.
시아른은 리아나를 찾아왔지만, 그녀는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문 앞에서 시에른은 조용히 말했다.
“그때 실험장에 있었던 거… 나야.”
“…….”
“진짜 리아나와 널… 둘 다 봤어.”
그 말은 천천히, 마치 고백처럼 흘러들었다.
“나는… 누가 진짜인지 이제 모르겠어.”
“하지만, 누가 더 오래 웃었는지는 알아.”
“그게 넌 것 같아.”
그 말은 문 너머로 닿았지만,
리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침대에 앉아 거울을 바라봤다.
그리고 중얼였다.
“나는… 누굴 흉내 내고 있었던 걸까.”
📍저녁. 아카데미 구관, 폐쇄된 북쪽 탑.
리아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기억 속 어렴풋한 장소였다.
그리고, 탑의 꼭대기.
그곳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등을 돌린 채, 창가에 서 있던 그 인물은,
리아나의 발소리를 듣자 천천히 돌아섰다.
“왔구나.”
“…너는… 누구야.”
“그 질문, 이상하지 않아?”
“왜?”
“나는 네가 ‘버리고 온 리아나’니까.”
그녀는 분명히—
리아나였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눈빛, 목소리, 기운.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억이 있었다.
“나는… 기억하고 있어.
시에른도, 마리우스도,
그리고 이 아카데미가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
“그리고 너는…
그 기억을 대신 품고 웃으라고 만들어진 ‘복제 감정체’야.”
리아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부정할 수 없었다.
마치—내면 어딘가에서 **“그렇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또 다른 리아나’가 다가왔다.
“내가 사라지면, 너는 진짜가 돼.”
“……!”
“그러니까 이제, 내 자리를 완전히 가져가.”
그녀는 웃었다. 아주 예쁘고, 아주 슬프게.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진짜가 되고 싶지 않니, 리아나?”
✦ 다음 화 예고 ✦
〈8화〉내가 아니었던 리아나에게
— “진짜가 되기 위해, 나는 누굴 지워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