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9 15:29•조회 17•댓글 1•depr3ssed
처참한 전투능력이나 눈에 띄는 외모 등으로 주시하고 있긴 했는데… 이렇게 눈을 잠깐 돌리자마자 바로 납치라고? 그리고, 내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도 이상해… 그리고 비교적 납치하기 쉬운 나를 두고 그 녀석을 먼저 잡아간 이유가—
—으윽!!
참 나, 상항을 파악할 틈조차 주지 않고 바로 뒤에서 놀리고 있던 두 손이 결박당한다. 손을 빼내려고 버둥대자 설상가상으로 주머니에 있던 총마저 빼앗겨버린다.
“… 잠시만 그쪽, 방금까지 나랑 같이 있던 녀석을 납치한 녀석이 아니지?”
알았다. 이 녀석은 인기척이 드러나. 그말인 즉슨, 지금 우리를 납치하기 위해 최소 2명 이상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악력이라던가 그런 걸로 보아 20대 중후반의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고, 방금 저 녀석을 납치한 녀석도 아니고, 배후가 누구야? 인터넷 납치 의뢰야? 아니면—”
거기까지 말하자 날 잡은 남자가 낮은 명령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런 사정이 있다. 알려고 하지 말고 입이나 다물어. 나 참, 키츠세이 할망은 왜 이런 녀석을…”
“아 젠장할, 이름을 말해버렸네. 미안하지만 잠깐만 쉬고 있어라.”
키츠세이? 키츠세이, 키츠세이. 성인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해 내. 기억해 내, 타테누마 이오리! 그 이름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 내야 하는데……
그 순간, 목 뒤로 날아든 묵직한 통증에 정신을 잃었다.
*
- ???
음산한 분위기가 맴도는 어두운 전통식 방 안.
“…아니, 그래서 키츠세이狐星 할망.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 녀석을 갖다 뭣하는데 쓰려고?”
“그냥? 우리 사랑스러운 신의 사자 나가사와가 좋은 아이를 데려왔길래, 어떤지 좀 보려고 한 거야~ 그리고 할망이라니, 말이 좀 심한 걸? 정신은 그럴 지 몰라도, 육체는 18살 정도의 여자애라고.”
“…그게 그거 아닌가.”
“그래서, 나가사와? 저 여자애는 어쩌다 만난 거야? 그렇게 당당하게도 신사를 탈출하더니. 결국 제 발로 걸어들어오다가 만난 거니?”
“…”
“말하지 않을 샘인가. 빨리 말해.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야말로 네녀석을 신으로—”
“…여우신사에서, 친구를, 구하고 싶다고… 그렇게. 그렇게 말했어요.”
“어떤 상황이길래 이런 곳까지 찾아오면서 친구를 구하기를 바라는 걸까—? 이곳에 온 이상.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없으면….”
“델피늄.”
코우세이가 거기까지 말하자, 키츠세이와 그 옆에 이오리를 잡아간 남자의 얼굴이 일순 동요한다.
“인터넷에서 봤다고 하던데요. 여우신사에 오면 어떠한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 뭐? 델피늄이라면. 고쳐준 사람이 있긴 하지만, 전부 그 대가는—”
키츠세이가 다음 단어를 내뱉으려고 하는 순간. 옆에서 기절해있던 아오리가 눈을 뜬다.
“당신들 뭐야?!! 당장 우릴 풀어줘!!”
“흐음… 생각보다 성가신 아가씨네. 뭐! 그래도 문제는 없지만.”
“여기가 바로 그, 여우신사랍니다. 들어올 때 침입자로 착각해 무례를 범했네요.”
“… 코우세이!”
“아아, 코우세이… 당신이 따라온 나가사와는, 이 여우신사의 신의 대리인—즉, 신의 사자랍니다. 이쪽이 아가씨의 소원을 들어드릴 거예요.”
“… 그게 무슨 얘기야? 그럼 너는 뭔데?”
“나가사와를 진정한 신으로 만들어 줄, 조력자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어이, 잠깐. 넌 그딴 조력자 같은 게 아니—”
“쉿.”
“아무튼, 신의 의식소… 그냥 편하게 말하자면 소원을 들어주는 장소로 이동하도록 해볼까요.”
무언가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위험해, 하지만……… 만약 내가 여기서 도망쳐서, 영영 시즈쿠를 살릴 수 없게 된다면. 시즈쿠가 슬퍼한다면… 아니, 그런 일은 전혀 없어. 따라가면, 따라가서 코우세이한테. 살짝 배신감 같은 게 들긴 하지만, 코우세이에게 소원을 빌면, 빌기만 하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