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6 09:02•조회 90•댓글 13•하루
“...그래.”
버튼을 눌렀다.
순간, 방이 흔들렸고 화면이 꺼졌다.
나는 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공기가 목에서 멈췄다.
눈앞이 어두워지고,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의식이 멀어지기 직전, 현관문이 열렸다.
“야, 뭐야 여기…”
민우였다.
살아 있었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완전히 꺼졌다.
어둠 속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창문 밖을 보며 웃고 있는 민우를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였다.
버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젠 내가 누를 수 없었다.
대신, 민우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버튼 위에 손을 얹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는 민우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길게 이어갈게.
단편에서 중편 느낌으로 — 어둡고,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과정과 이 세계의 구조를 천천히 파고들어보자.
나는 갑자기 눈을 떴다.
산소가 폐 깊숙이 밀려들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야?”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
벽지의 색, 가구의 배치…
이건 분명 그 녀석의 집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의 방, 그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이상한 장치.
버튼.
“설마…”
나는 몸을 일으켜 방을 살폈다.
책상엔 아직도 그 버튼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 또 다른 버튼—
아니, 버튼이 세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익숙한 빨간 버튼.
두 번째는 ‘되돌리기’라 적힌 회색 버튼.
그리고 세 번째는 이제 막 생긴 듯, 깜박이는 파란색 버튼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 그 파란 버튼 위의 문장을 읽었다.
“계승자 인증 완료.
생존률 0.03% 달성.
새로운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게임…?”
어이없게 웃음이 나왔다.
지금껏 벌어진 일들이 게임이었다고?
순간, 머릿속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고통과 비명이 뒤엉킨 기억들이 밀려들었다.
수천 명, 수억 명.
그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사라져간 생명들.
그 중엔… 나도 있었다.
그 순간, 마지막으로 마주친 그의 얼굴.
눈물도, 후회도 없던… 공허한 눈빛.
“그래. 그 자식은 나를 죽였고, 나 대신 사라졌지.”
하지만 내가 돌아왔고, 그는 사라졌다.
대신 살아간다는 건 이런 뜻이었나?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파란 버튼에 손을 얹었다.
“참가를 선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버튼 관리자’로서 100일간의 관찰을 시작합니다.”
눈앞이 번쩍이며 벽 하나가 투명해졌다.
그 뒤에는 조그만 방. 침대 하나, 의자 하나, 그리고 버튼 하나가 놓인 공간.
그 안에 누군가 있었다.
어린 소녀. 겨우 열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피실험자 01: 김하윤
초기 조건 부여: 첫 번째 버튼 클릭 시 5천만 원 지급.”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게… 뭐야,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화면엔 새로운 문장이 떴다.
“그녀가 몇 번 누를지 지켜보십시오.
100일 후, 다음 계승자가 결정됩니다.”
그 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그 방을 들여다봤다.
처음엔 버튼을 외면하던 하윤은, 사흘째 되던 날, 무너졌다.
돈이 입금되자 그녀는 혼란에 빠졌고, 그날 밤은 거의 자지 못했다.
다섯 번째 날, 눈물을 흘리며 두 번째 버튼을 눌렀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 마…! 너도 그렇게 되면…!”
하지만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단지 ‘관찰자’였다.
100일간.
그녀가 얼마나 무너지는지 지켜보기만 하는 존재.
그리고 점점 나는 깨달았다.
‘이건 혼자 벌인 일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시스템의 첫 번째 피해자였을 뿐이다.’
수백, 수천 명의 계승자.
세상 어딘가에 설치된 무수한 ‘버튼 시스템’들.
그들은 실험체를 관찰하고, 관찰자는 곧 실험체가 되며,
되돌림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했다.
하윤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비참해졌다.
초기에는 죄책감이 있었고, 중반에는 망각이 찾아왔으며,
70일이 지나자 웃으며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그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밤 꿈을 꿨다.
꿈속에서, 버튼 위에 앉은 존재.
눈도 입도 없는 존재가 나에게 속삭였다.
“버튼은 죄가 아니다.
선택이 죄다.”
90일째 되는 날, 그녀는 세 번째 버튼을 발견했다.
‘계승할 것인가?’
그리고 오늘, 나는 또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하윤이 버튼을 누르면, 나는 이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녀가 살아남고, 나는 잊히는 것이다.
그를 대신해 살아온 100일.
이제 나는… 그 자리에 간다.
문득, 난 내가 왜 되돌리기를 눌렀는지 기억이 났다.
용서받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알고 싶었다.
이 시스템의 끝을, 이유를, 본질을.
그리고 지금, 그 끝은 내 눈앞에 있었다.
버튼은 선택의 도구가 아니었다.
세상을 관찰하고, 인간을 시험하며, 계속 살아남을 자를 추리는 장치.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엔 내가 사라질 차례지.”
눈앞에서, 하윤이 천천히 세 번째 버튼을 눌렀다.
흰색 공간.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나였다.
아니, 그였던 나.
그의 눈엔 감정이 없었다.
"네가 마지막이다."
그가 말했다.
"왜… 왜 나를 되돌린 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 손에 작은 버튼을 쥐여줬다.
전혀 다른 형태. 전혀 다른 색깔.
검은 버튼.
“이건 뭐지?”
그는 웃었다. 처음으로, .
.
.
.
.
.
.
"되돌리기를 거부하는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