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잘 지내지 말았으면 좋겠어 #Fiction2 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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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7 20:52조회 44댓글 0하루
승우는 말이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웃기만 했다.
나는 그 웃음이 다인 줄 알았다.

근데,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전학.
그 흔한 인사도 없이.

나는 하루 종일, 복도 끝 창문을 봤다.
누가 “그 애, 아팠대”라고 속삭였다.
누군가는 “외국 간대”라고 했다.
누구도 몰랐다.
심지어 담임도 정확히는 말해주지 않았다.

며칠 후,
그 애가 쓰던 자리 아래에서
접힌 종이 하나를 찾았다.
연필로 흐릿하게 써 있었다.

“좋아했어. 말 못 해서 미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이 떨렸고, 눈이 시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그 종이를 다시 폈다 접었다.
다 외웠는데도,
혹시 내가 뭘 잘못 읽었을까 봐.

시간이 조금 흘렀다.
친구들이 다시 웃기 시작했다.
급식도 좀 맛있어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애 이름만 들으면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뛴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 화가 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잘 지내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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