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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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22:38조회 29댓글 2depr3ssed
썩은 귤같은 냄새가 나는 구멍에서
그래도 뚫려있다고 소리는 나오나 보는데
가볍게 던졌다고 생각한 말이 하나의 날붙이가 되고
던진 날붙이는 결국 다시 돌아와
그 구멍 덮은 이불 위를 호를 그리며 떨어져서
멍청하게 입 벌린채 끈적하고 꾸덕한 역겨운 검붉은 액체 흘리게 된다

뚫린 구멍들이 썩은 귤들을 토해내고 토해내고 토해낼 때마다
땅에 질척거리며 떨어진 썩은 귤의 과육 냄새 맡고
개미와 온갖 벌레들 그 구멍속으로 꼽사리 껴서라도 들어가 썩은 귤 더 찾아내려 하는 것

정작 그 입에서 무어가 기어나오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채
사람의 입술처럼 보이는 가운데 뚫린 가면 써서 올바른 말이라 착각하니
그 밑 빠진 말대로 나는 단어 하나 음절 하나에 내 감정 담아 정말 꾸덕하게 써내려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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