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하게 숄만 걸치고 내 묘로 뛰었다. / 10분 뒤 도착한 나의 무덤엔 혼절한 데비세우스와 공작가 주치의가 있었다.
데비세우스..?
/ 나지막이 속삭였다.
/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아버지 - !!
/ 사실 진심은 아니었다만, / 데비의 혼절 증세는 어릴 적에도 세 달에 한 번 꼴로 찾아왔으니 뭐
/ 그나저나 내 묘에서 저러니 기분이 오묘하구나
로렌느, 당장 데비세우스를 공작성 별가로 이송해.
네, 마님..
/ 어머니 디브레비아가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왜 혼절을..
왜라니, 너네 할머니께서 하루 전에 돌아가셨잖니.. 어머님을 그리 신경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데비가 왜 그럴까...
/ 의아한 디브레비아의 표정에 답하듯 말했다.
그러게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할머님을 신경쓰시는 걸 지금까지 많이 못 봤는데..
난 모르겠다. 그래도 데비는 어미의 죽음이니 슬프긴 하겠지 뭐.
/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가다 데비세우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님, 공녀님 ! 공작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로렌느, 당장 안내해주렴. 3시간 뒤 베티카 여백작과 티타임이 있단다.
/ 로렌느의 안내를 받아 공작가 전담 주치의에게로 간다.
디텐, 데비세우스가 깨어났나요?
/ 주치의에게 물었다.
예, 마님. 공작님께서 깨셨습니다.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래요. 재무관과 상의할 게 있으니 10분만 미뤄달라고 전해주세요.
/ 주치의 별관 안으로 들어가 데비세우스를 만난다.
아버지 - !
여보, 괜찮아요?
/ 데비세우스는 찡그린 표정으로 별관 문을 잠근다.
레베라셀라, 세비라데야.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잘 듣도록 해.
어젯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의 난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서류를 전부 살핀 뒤 옥상 장미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지. 그러다 저 멀리 있는 검은 복면의 남자 두 명을 보았다. 수정구를 꺼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어머니의 묘를 파헤쳐 하렌 가의 소환수 씨를 뿌리뽑겠다더라.
/ 태초 하렌 가는 신으로부터 소환수를 하사받았다. / 지금의 하렌은 왕가를 뛰어넘어 황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만, 소환수가 없다면 그저 공작가일 뿐이다.
레베라셀라, 세비라데야. 우리 가문은 소환수가 없으면 아니 된다. 난 검은 복면의 두 남자가 날 보고나서부터 저주에 걸렸다. 내게 남은 생이 얼마 없으니 세비라데야 네가 대를 이어야 한다. 꼭 소환수를 지키도록 하거라 • • • ../ 데비세우스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밤마다 옥상 장미 정원에 가 보았지만, 더 이상 검은 복면의 두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 호칭 정리! 데비 - 데비세우스 세비 - 세비라데야, 나 or 내 -> 세비의 할머니 *
세비의 소환수는 하얀 담비, 내 소환수는 하얀 늑대, 데비의 소환수는 하얀 호랑이.. 잠깐, 검은 복면의 남자..하얀 소환수...!
/ 이 제국에서 공작가 핏줄 외 소환수를 가진 사람은 딱 한 명, 헤라 세르비..! / 그녀는 쿠시케셔 왕국이 멸망한 후 도망나온 공주의 자손이며 / 제국 내 유명한 악녀로 이름이 퍼져 있다. / 그리고, 그녀의 소환수는 검은 표범.
/ 오래 전 데비세우스와 결혼하기 위해 현 데비의 아내의 손에 와인잔을 깨트리는 등 악행을 저질렀지만
/ 그 일을 모를 리 없었던 황가의 처벌로 감옥에 들어간다. / 헤라가 감옥에 있을 동안 데비는 현재 아내와 결혼에 성공하며 / 헤라의 질투심과 복수심을 한 몸에 떠안게 된다.
...헤라 세르비, 그 여자 짓이 분명해...
/ 그 날 이후 로렌느와 함께 매일 밤 집 주위를 맴돌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얻은 것은 h.¥ 라는 글자가 새겨진 검은 원석 브로치와 헤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보라색 머리카락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