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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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7 22:17조회 33댓글 0812 55120 88121
물과 기름은 한 잔의 유리컵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 붙어 있지만, 끝내 섞이지 않는다.
물은 투명해서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기름은 조용해서 자신을 감추고 싶어 한다.
둘은 다르다.
그러나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닿을 수 없을까.
물은 늘 그렇게 생각한다.

물은 다가가고 싶다.
온전히 섞여, 그 온기와 느낌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
그러나 닿으려는 순간, 기름은 살짝 물러나며
부드럽게 흘러가 버린다.

기름에게는 이유가 있다.
한 번 섞였다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닿지 않는 게 낫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물은 기름을 이해하려 하고,
기름은 물을 부러워한다.
서로에게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서로를 완전히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숙인다.

세상에는 그런 관계가 있다.
마음이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닿는 순간 흩어져버릴 미묘한 관계.

그래서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비춘다.
기름 아래의 흔들리는 물빛,
물 위에서 반짝이는 기름의 무늬.
닿지 못해도, 서로의 존재를 증명한다.

물과 기름은 결국 섞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답다.
섞이지 않아도 서로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의 예술처럼 함께 머문다.

어쩌면 사랑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닿을 수 없지만, 사라지지 않는 관계.
섞이지 않지만, 결코 무관하지 않은 마음.
그 간격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온기가
때로는 가장 진한 연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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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은 극성이고 기름은 무극성이라 그런거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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