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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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6 21:15조회 86댓글 5연슬
따스한 봄은 누구보다 어두웠으니, 그 근원에는 화창한 청춘이 있었으리라. 밝게 빛나는 그들을 가리기 위해 그림자는 더 짙어졌고, 피어나는 꽃들 사이에도 지는 꽃잎은 계절에 누락된 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햇살 속에서 웃고, 나무들은 연둣빛으로 새 숨을 쉬었으나, 그 모든 생명력의 한가운데서 나는 여전히 그림자 속에서 제자리걸음이였다. 바람이 스쳐도 마음 속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고, 어떤 웃음에도 손을 뻗을 수 없었다.

길가에 핀 들꽃마저 나를 외면한 듯,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 햇살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흔들었다. 떨어진 꽃잎은 흙 위에 작은 별처럼 흩어졌고,
나는 그 별들을 바라보며 내 그림자가 조금씩 빛을 머금는 것 같았다.

누락된 꿈과 스스로를 숨겨야 했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그리고 그 모든 어둠 속에서조차 한 줄기 아련한 빛이 남아 있음을.

봄은 여전히 따스했지만, 그 따스함은 단순히 햇살의 온기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상처와 외로움, 누락된 꿈과 지나간 계절까지 있었다. 모든 것이 함께 있어야 완전함이 만들어졌고, 나는 그 속에서, 아련하게 남은 나 자신과 내 청춘을 비로소 마주했다.

내 예쁜 계절들아, 다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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