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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urious.quizby.me/URZ8…밀폐된 공간 속 남은 건 너와 나라는 두 존재 뿐이었다. 묻히면 사라질, 이 깊은 절망의 골 속에 가라앉아도 모두가 모를. 당연하게만 살아온 길이 너무나도 길었기에.
오늘도 그녀에게서는 옅은 비누 향이 나고 있었다. 여전하게 흐르는 시간 속 그녀도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무언가 애석하게 느껴졌을까.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 바라보았다.
그녀의 총을 쥔 손이 흔들렸다. 제 앞에 있는 나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서, 흐르는 눈물이라도 참으려는지. 아무래도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일까. 피할 곳 없다는 꽉 막힌 두려움?
탕! 하며 날아오는 총알의 소리를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총구를 쥔 자의 떨리는 손 탓일까. 저 손은 숨길 수도 없이 흔들리며 제대로 쥐는 것조차 버거워보였다. 그래, 이게 너였잖아. 누구 하나에게 총을 겨누는 것마저 해낼 수 없던 네가.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여전하게 흐르는 시간. 그리고 오늘 내 눈 앞에는 그에 맞추어 살아가지 못하는 네가 있었구나.
- 난… 못할 것 같아.
나지막이 들린 그녀의 거친 숨소리 끝에 들려온 목소리. 귀에서 하염없이 맴돌았다. 밀폐되어 바람도 불지 않던 공간, 누군가의 삶이 막을 내릴지언정 아무도 모를 공간 속.
나는 주저앉아 한참을 그녀만 바라보다가 그 몸을 일으켰다.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바보 같은 말을 내뱉던 그녀에게 다가가며. 터벅, 터벅. 왜인지 모르게 그녀를 향하던 발걸음은 가벼웠다.
- 네가 영원히 살기를 바라.
나는 총을 쥔 흔들리던 손을 꼬옥 쥐고, 그 온기를 느끼다가, 그녀의 손에 힘을 지탱했다. 흔들리지 않도록. 총구가 나를 향하게 하여.
- 내 몫까지 함께. 응?
내 손이 슬며시 그녀의 손을 지나 총구를 내 심장에 겨누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떨리고 있었으며, 그와 다르게 내 심장은 고요했다. 이미 직감한 이 순간 속에서 더할 나위가 있던가.
- 너는 꼭,
그리고서 나는 총의 방아쇠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지며 속도를 올렸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더 가라앉히고 싶지 않았다. 너는 심해가 아닌 높은 지상이 더 어울리니까.
- 살아줘.
탕. 공간을 가득히 메우는 소리. 그리고, 나는 그녀를 안듯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나를 받으며 바닥에 부딪혔고,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흔들리던 숨소리가 멈추고, 더 이상 숨쉴 수도 없다는 듯 고요하게 흐르는 눈물이 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당신을 향한 애도일까?
_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