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そ 心ス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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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9 15:38조회 47댓글 2Ooㄴーろㅏl
어릴 적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바다를 무척 좋아했다.

에메랄드빛을 띄우며 잔잔하게 흐르고
물끼리 부딪히며 생기는 흰 거품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짜릿해졌다.

비록 집이 어둡고 냄새나고 칙칙할지라도
그 낡고 작은 TV 화면 속에 바다가 비친다면
집안은 온통 푸른빛으로 번져졌다.

그 푸른빛이 나를 감쌀 때
어린 나는 바다가 내 심장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도가 맥박이 되고, 흰 거품이 내 마음에 둥둥 떠다녔으면 좋겠다고, 그리 다짐했다.

언젠간 바다를 보러 갈거라면서
마음속 심어둔 그 어린 마음을 잘 숨겨두었다가
드디어 처음 밖에 나온 순간 활짝 피었다.

이제 그 꽃을 따야할텐데
하필 내가 심어둔 곳이 더러운 쓰레기장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바다는 해초와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고, 사람 한 명도 안온 듯 쓸쓸하게 부는 바람이 내 빰에 부딪힌다.

내가 본 바다는 도대체 어떤 바다였던 것일까, 어릴 적 마음이 시들며 뺨엔 눈물이 타고 흐른다.

파도가 맥박이 되기엔 잔잔했고, 흰 거품이 마음에 둥둥 뜨기엔 바다에는 흰색 쓰레기조차도 없었다.

내가 바라던 바다는 TV 화면이 만든 환상에 불과했던가.

난 바다에 심장이 없어서 이리 잔잔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이제 그 심장은 내가 되어야 겠다.
날 때리던 엄마가 사준 낡은 신발을 모래에 던져버리고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바다에 들어갔다.

죽은 바다에 내 심장 바쳐 푸른 심장이 띄길 바라면서,
회색빛 바다에 가라앉는다.

나의 맥박이 파도가 되고, 혈액이 흰 거품이 되어
내가 바란 '바다'가 되었다. 나는 바다다. 넓지만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는, 그런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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