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9 01:29•조회 46•댓글 2•이다음
나는 매일 3410번 버스를 탄다. 출근길 시간이라 언제나 만원인 버스 안에 나는 몸을 욱여넣곤 자연스럽게 너를 찾는다.
아, 저기 있네.
나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너의 오른쪽 가슴팍엔 언제나 네모반듯한 명찰이 있다. 그 명찰에 수놓아져 있는 네 이름 세 글자가 좋아서 나는 종종 네 명찰을 뚫어져라 보곤 했다. 예쁜 이름이었다.
나는 너를 바라본다. 너도 이윽고 나를 바라본다. 만원 버스의 그 고요한 북적임 속에서 시선이 맞닿는다. 소음이 멈춘다. 순간에 3410번 버스 안에는 나와 너만이 남는다.
나도 모르게 가방끈을 꽉 잡는다. 입꼬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아니 애초에 심장이 지금 뛰고 있는 건지도 구분이 안 간다.
내 낭만은 3410번 버스에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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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몰래쓰는 글이 제일 재밌어요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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