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설정
2025-09-26 22:55조회 86댓글 1자울자울
https://curious.quizby.me/jaul…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온 잔잔한 지저귐이 코끝을 솔솔,

열어둔 창문 사이로 스르륵 다가오는 건조한 빛 가루.

비비적대며 몸을 치켜세운다.



두 눈을 꼭 감고

잘 잤니? 하고 물어도 묵묵히 정적을 지킨다.

무슨 꿈 꿨어? 하고 물어도 숨죽인 시간만이 지속된다.

왜 그런 것일까.

꼭 감은 두 눈 아래 투명한 공허함이 뺨을 타고 내려와 방안 한가득 채운다.



눈을 뜨고 싶어도 그럴 수만은 없기에 더 애처롭고

눈을 감고 싶어도 그럴 수만은 없기에 더 서글프다.

두 가지 선택은 하나의 문으로 이어져 있지만 두드릴 수 없으니 어째서 손이 바들거릴까.



이제 며칠 후면 없어질 너의 온기 따라 저편으로.

이제부턴 사라져갈 너의 윤곽 따라 세상 밖으로.

앞으로 옅어질 너의 향기를 조금씩 맡아보며

다시 잠자리 안 눈을 뜬다.



그곳만은 평화롭길, 행복하길

이곳처럼 온기, 향기, 형태 모두,



유통기한 따위 존재하지 않길.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