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과 유리 모두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뛰었다. 유리는 칠판에 써지고 있던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있을 때, 지민은 앞 문을 열고 도망쳤다. 유리는 지워도 지워도 계속 생기는 자기의 이름을 지우는 것을 포기하고 지민을 따라 앞 문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지민은 앞 문을 잠궜다.
지민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지민이 쓴 "김지민" 밑에 쓰여지던 이름이 쓰여지던 것이 멈췄다.

"뭐하는 거야..!! 문 열어줘..."
유리가 애원하듯 말했다.
"지민아!"
교실 안에서 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은 문을 열려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창문 너머엔, 유리 뒤에서 다른 ‘유리’가 웃고 있었다.

칠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유리 / 오유리"
→ ‘바꿈'
그렇게 지민은 뒷걸음질 치듯 빠르게 4층을 벗어났다.
유리는 3-7 교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휴대폰은 꺼져 있었고, 창밖은 어둑했다.

다음날, 지민은 평소처럼 등교했다.
친구들과 함께 있었고, 유리가 옆에 있었다.

하지만 지민은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유리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유리의 뒷모습이 너무 낯설어 보였기 때문에.
마치, 그 교실에서 나와선 안 되는 존재가 나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