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0 20:34•조회 119•댓글 8•익ㅋ
- 씨발.
꼭두새벽에 애들 놀이터에 처량하게 앉아 중얼거렸다. 아무리 내 인생이라지만 눈물 없인 봐 줄 수가 없어서 진짜 조금 울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씨발. 씨발. 씨발. 하고 세 번이나 더 질러대니 그제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 듯싶었다.
일어설 때마다 머리가 울리고 네 대나 맞은 뺨이 얼얼했다. 아빠는 왜 맞은 델 또 때리고 지랄이야. 가정폭력은 지겨울 정도로 당했지만 익숙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서, 이러다간 진짜 죽을 것 같아 책가방 하나 챙기고 부리나케 도망친 게 십 분 전. 친구도 친척도 없어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지 밖에서 객사할지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될 테지만 그땐 이 방법밖에 살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현생도피 겸 주머니에 몰래 챙겨나온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로 붙을 붙이려는데 기름이 다 떨어진 건지 틱틱거리는 소리만 나고 불은 안 붙었다.
하늘은 날 도와주는 날이 없구나. 날씨만 좆같이 좋았다. 내 인생에는 의미도 목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살고 있지. 십 년 전 죽은 엄마는 죽도록 미련해서 날 죽인 사람이 네 아빠다 한 마디 못 하고 요절했다. 다 파탄난 핏줄이라도 피로 이어진 사이는 쉽게 끊기지 않는다고, 나마저도 십 년 동안이나 이렇게 살아왔다. 엄마가 왜 그렇게까지 미련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아빠를 죽이고 싶진 않았다. 그냥 그랬다.
아, 자살이나 할까.
싶을 때 눈 앞에 턱 라이터 하나가 들어왔다.
- 불.
비릿한 중저음. 고갤 들어 얼굴을 보니 한 삼사십 대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고급진 라이터 들고 서 있었다. 못 되먹은 아빠 아래에서 어른한테 예의 있게 행동하는 법 같은 건 배운 적이 없어서 잽싸게 라이터만 챙겼다. 내 거랑은 다르게 하늘도 뚫을 것처럼 불길이 거세다. 활활. 그렇게 불타는 게 내 담배값만은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 동정하지 마, 씨발. 재워줄 거 아니면 내 얼굴 훑어보지도 마, 기분 더러우니까.
그 말에 아저씨가 왼 눈썹을 까딱거렸다. 머리 넘기는 손은 왜 저렇게 커. 솔직히 좀 쫄렸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 난 자상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눈썹과 눈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자상은 오 년 전 아빠가 던진 소주병에 찔린 상처보다도 깊어 보였다. 그때 진짜 아팠는데. 그러고 보니 새벽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장으로 세팅하고 밖에 나올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 비싼 걸 걸쳤는데 몸은 상처투성이다.
······조폭 같은 건가, 설마?
한쪽 눈의 초점이 돌아가고 사시처럼 아저씨는 날 바라본다.
그 남자는 애꾸였다. 담배를 피우는 손이 사시처럼 떨렸다.
- 너 고딩이냐?
- 그건 왜.
- 담배는 끊어라.
- 뭔 상관인데.
- 애새끼가 꼬박꼬박 반말은.
- ······요. 됐어? 요?
그 남자는 내 손에 들린 라이터를 뺏어 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입을 뻐끔거리자 자욱한 연기가 끝없이 피어오른다. 연기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젠장, 담배는 다 태웠는데 왠지 여기서 불을 끄면 지는 기분일 것 같아 억지로 담뱃대를 잡고 훅 들이켰다. 숯 향이 폐를 가득 채우고 목에 더러운 연기가 맺힌다.
- 내 눈을 보고도 대드는 사람은 보통 두 부류밖에 없더라.
쓸모없이 목소리는 내 취향이다. 그렇다고 나보다 스무 살이나 더 나갈 것 같은 아저씨를 좋아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 멍청하거나 그게 아니면 감당할 배경이 있거나.
근데 넌 둘 다 아닌 것 같고.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그 말에 괜스레 화가 난다. 아저씨는 여유로운 듯 픽 웃더니 담배를 바닥에 떨궈 구두 굽으로 불을 껐다. 담뱃재가 바닥에서 흐드러진다. 그 남자는 더러운 눈으로 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보기 시작했다. 지랄, 재워줄 거 아니면 얼굴 훑어보지 말라니, 하는 말을 끊는 그 한 마디에.
- 내 밑으로 들어와라.
난 그저.
- ······잠 잘 곳 제공되나요?
하고 물었고.
- 당연하지.
아빠랑 저 애꾸눈 아저씨 중 누가 더 위험한지 두 손으로 셈하다 결국.
- 갈게요.
상처 가득한 손을 붙들었다.
포타깔로 써보려고 노력 좀 했는데
포타같냐? 익들아 소감좀 남겨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