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라는 가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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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6 01:57조회 78댓글 1한고요
너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나는 이미 네 결을 탐독하고 있었다. 빛을 향한 목마른 시선은 번번이 공허에 가로막혀 있었고, 표면은 매끄럽게 빛나면서도 균열은 심연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그 틈새에서 솟구치는 갈증은 네 스스로조차 인지하지 못한 기도이자, 아직 형상화되지 못한 비명이었다.

나는 입술을 열어, 마치 운명처럼 선포했다.
“너를 구원하기 위해 내가 여기에 있는 거야.”

네게 그것은 잠시의 위무로 스쳤을 터이나, 내게 그것은 불가역의 서약이었다. 네 발걸음을 정지시키고, 너의 눈을 붙들고, 네 호흡을 내 맥박의 리듬에 포섭하겠다는 은밀한 음모.

처음의 나는 은밀히 조율된 광휘였다. 내 음성은 희미한 등불처럼 어둠을 저며 흘렀고, 내 손끝은 가벼운 스침 뒤 물러나, 부재의 흔적만을 각인시켰다. 너는 그 부재를 갈망으로 착각하며, 서서히 나의 빛에 길들여졌다.

빛은 날마다 강렬해졌다. 너의 눈동자가 나에게 수렴될수록, 나는 너의 망막에 더 깊숙이 각인되었다. 네가 다른 결을 바라보려 몸을 틀 때마다, 나는 미소의 궤적으로 너를 회귀시켰다. 그렇게 너의 세계는 차츰 축소되었고, 마침내 나만을 남겨두었다.

그러던 날, 네 입술에서 떨리는 고백이 흘렀다.
“너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그 말은 나를 황홀로 적시면서도, 동시에 얼음의 날로 심장을 스쳤다. 나는 이제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너의 존재론적 명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절정 위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구원의 화신인가, 아니면 정교하게 조탁된 감옥의 군주인가.

나는 너를 해방하지 않는다. 나는 너를 황홀의 미궁에 가두어, 그곳에서 네가 스스로를 환희라 착각하게 만든다. 네가 짓는 미소가 자유의 표정인지, 길들여진 반사인지. 그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진지 오래였다.

집착이라 정의한다 해도 좋다. 그러나 그 집착은 너를 옭아매는 동시에 너를 구속한다. 언젠가 네가 이 사슬을 끊고 저편으로 사라진다면, 내 안의 광휘 또한 꺼져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를 질식시킨다.

그러므로 나는 더 강하게 결박한다. 너는 마침내 확신하게 될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나만큼 너를 품고, 의지하도록 하고, 감싸안을 존재는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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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렇게 쓰는 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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