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자각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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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6 00:58조회 71댓글 0유키노텐시
자각몽 : 0과 1 사이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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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뒤로 꺾어봤다.
뼈마디가 고무처럼 휘어지며 손등에 닿는다.



아, 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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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하는 순간, 눅눅하던 한여름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으며 투명한 유리 파편으로 흩어진다.

훅 끼쳐오는 서늘한 민트 향.

―나는 이제 이 세계의 설계자다.

발밑의 아스팔트를 지우고 그 자리에 짙푸른 심해를 깐다. 중력을 끄고 몸을 띄운다. 천장도 벽도 없는 사방에서 셰익스피어의 눈부신 문장들이 나비 떼처럼 날아와 내 어깨에 내려앉는다.


이게 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허탈한 웃음이 터진다.

현실의 나는 땀에 젖은 시트를 말며 좁은 자취방에 처박혀 있을 텐데,

여기선 은하수를 마시고 별자리를 징검다리 삼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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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 멀리서 알람 소리가 들려와!

현실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입을 벌리고 이 환상을 집어삼키려 한다.

세계의 끝동이 서서히 타들어 가며 재가 되어 날린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대신 무너져 내리는 하늘의 조각을 붙잡고 그 위에 내 이름을 새길 뿐.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 지독하게 눈을 부릅뜬다.

0과 1로 이루어진 이 가짜 낙원이 완전히 붕괴하기 직전, 나는 가장 선명한 보랏빛 번개를 내리치며 이 무대의 막을 내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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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다시 지독한 여름 더위겠지.

그래도 상관없어.


방금 내 손바닥에 닿았던 요정의 날갯짓, 그 서늘한 감촉만큼은 아직 내 지문에 선명하게 남아 있으니까.

기록될 필요도, 남의 이해를 구할 필요도 없는, 오직 나만의 완벽한 붕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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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나를 잠시 죽여두고, 꿈속의 나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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