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숨 쉬지 않는다_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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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3 22:30조회 44댓글 0시원
푸른 어둠이 내리앉은 밤, 달빛을 받은 윤슬이 일렁일 때, 나는 오랜 연을 함께한 내 친구에게로 뛰어든다. 어쩌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였을지도 모르겠다. 질리도록 좋아했던 바다가 되기 싫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던 건, 아마 지금까지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었겠지. 이제야 이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고 싶으면 어떡할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조금은 미웠다. 아까까지 본 얼굴이 또 생각난다. 나는 결국 발걸음을 옮겨 갔다. 이대로 내 삶을, 윤도해로서의 삶을 마치고 싶지 않아서.

• ...유안아, 다녀올게.

듣지 못해도 괜찮았다. 나는 딱 한마디를 던지고서는 전속력으로 바다로 나가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11시 30분, 갉아 먹힌 듯한 모습을 하고 있던 달이 태양보다 빛났다. 단 한 명도 눈에 담지 못할, 그런 모습을 나의 눈에 담았다.

암흑 같은 밤바다에 빠져들었다. 새까말 정도로 파랬지만, 어디선가 희미한 빛이 퍼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따라, 검고 외로운 바다를 헤엄쳐 간다. 분명 힘든 시간이 될 걸 알면서도, 나는 유안이에게 내 기억 속에서 본 것을 꼭 실현시켜 주고 싶다. 그 생각 하나만을 가지고 헤엄쳤다.

길고 긴 시간을 나아가 도달한 빛은 화사하게 나의 몸을 받쳤다. 방울방울 떠오른 물거품들은 나와 하나가 되어 갔다. 본래 바다였던 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나는 결국엔 바다가 되어 갔다. 숨을 쉬던 바다는 더 이상 숨 쉬지 않는다.

• 안녕, 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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